과학 교과서, 영화에 딴지 걸다이재진 지음
푸른숲 발행ㆍ1만2,000원
학교에서 과학 시간만 되면 졸던 친구들을 위한 재미있는 책이 나왔다. ‘과학 교과서, 영화에 딴지 걸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 속 과학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과학은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릴 작정으로 씌어졌다. 중고등학생 독자를 겨냥, 입말 그대로 농담과 속어를 마구 섞어가며 요란하게 수다를 떨고 있다.
그런데, 딴지를 건다. 영화 속 주요 장면이나 설정에 실은 과학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게 많다고 말이다. 예컨대 ‘매트릭스’에 나오는 지구 중심부 땅 속 도시는 있을 수 없고,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이 그려진 그 유명한 빨간 작업복으로는 절대로 거미처럼 벽을 기어다닐 수 없다고, 왜 그런지 과학으로 파헤치는 식이다. 지은이가 인터넷 패러디 신문 ‘딴지일보’에 연재했던 칼럼 ‘폭로! 영화 속의 비과학적 구라’가 자라 책이 되었다.
최근 4, 5년 새 개봉된 영화 중 16편을 골라 과학적 현상이나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영화 이야기로 시작해서 과학으로 넘어가고 이와 연관된 역사적 사회적 상황까지 살펴본다.
첫 꼭지로 다룬 미국 영화 ‘진주만’을 보자. 1941년 겨울 일본이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공습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일본군 전투기는 어떻게 미군에 들키지 않고 머나먼 바다를 건너 진주만까지 갔을까. 또 전투기에서 떨어뜨린 어뢰는 진주만처럼 얕은 바다에서 물 위로 떠오를 수 없는데, 일본군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것일까.
그나 저나 일본은 왜 진주만을 공습한 것일까.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일본군 전투기가 날아간 북태평양 바다의 해류와 상공의 기압, 어뢰를 띄워올린 부력의 원리, 당시 일본과 미국의 관계까지 알 수 있다.
스파이더맨은 유전자 조작에 의한 슈퍼거미에 물린 뒤 거미의 능력을 갖게 되는데, 이건 도대체 말이 안된다고 설명한다. “사람이 거미에게 물리는 것만으로 거미의 능력을 갖게 된다면, 여름철마다 모기떼에게 헌혈(?)을 하는 4,700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두 다 모기의 능력을 갖게 된다는 거야, 뭐야?”
그렇게 한참 투덜거린 다음 유전자 조작의 원리와 우리 몸의 면역 체계, 스파이더맨 비장의 무기인 거미줄의 성질과 거미가 벽을 탈 수 있는 원리 등을 소개한다.
딴지 걸기는 계속된다. 이를테면 지구 중심부는 온도 6,000도, 35만 기압이나 되는데 사람이 어떻게 살겠냐며 ‘매트릭스’의 땅 속 도시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타이타닉’에서 왜 주인공 시체만 물에 뜨지않고 가라앉는지 이상하다며 그 과학적 오류를 지적한다.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중고등학교 과학책에 나오는 것들이다. 각 장의 첫머리에 교과서의 관련 단원을 표시, 나란히 읽으면 더 도움이 되게 꾸몄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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