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8일 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을 대통령 퇴진 운동으로 규정한 것은 우선 수도 이전 작업을 변함 없이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승부수'처럼 느껴지는 표현에 담긴 더 깊은 뜻은 정부의 진퇴를 건다는 각오로 참여정부가 당초 추진하려던 정책들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이번 발언은 "정부의 명운을 걸고 진퇴를 걸고 반드시 (행정수도 이전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지난달 15일 언급의 연장 선상에 있지만 강도는 더욱 세졌다.
노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둘러싼 국민투표 방안에 대해 '이미 관련법이 통과된 사안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이번에 '퇴진' 등을 거론하자 일부에서는 "불가피하게 국민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청와대 김종민 대변인은 "노 대통령 발언을 재신임 국민투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며 국민투표 가능성을 부인했다.
노 대통령이 배수진을 치면서 행정수도 이전 의지를 확인한 것은 이 문제에서 밀리면 리더십이 손상돼 국정 수행 전반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노 대통령이 "하나가 무너지면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통째로 무너진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청와대는 행정수도 이전 반대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강력한 처방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수도 이전 반대 여론은 참여정부 출범 직후에는 40% 가량에 그쳤으나 최근 50%를 넘어섰다. 반대 여론이 더 높아지기 전에 대통령이 직접 홍보전에 앞장서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반대 여론이 확산된 배경으로 일부 언론사의 의도를 겨냥했다. 보수 언론을 겨냥한 대항 전선을 만들어 여론 뒤집기를 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행정수도 반대 여론을 주도하는 기관을 보면 서울 한복판인 정부청사 앞에 거대빌딩을 가진 신문사 아니냐"는 노 대통령 언급이 어느 신문사를 겨냥한 것이냐를 둘러싸고도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최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3개 언론사를 거론했었다.
노 대통령이 이날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토론이 부족했던 게 아니다"고 말한 것은 전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설득이 부족했다"고 충고한 것을 의식한 발언일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다시 친노·반노 세력간 대결 양상으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