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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틈새시장을 잡아라]<3>교양인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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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틈새시장을 잡아라]<3>교양인문서

입력
200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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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전후 조선 지식인의 내면 세계를 남겨진 문서를 통해 퍼즐 맞추듯 풀어냈다. '구루(Guru)'다운 저자의 담백한 터치. 그리고 꼭 한마디씩 던지는 메시지. 그것도 연속으로…"(인터넷 서점 예스24의 독자 리뷰)교보문고의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인문과학분야 1위는 '미쳐야 미친다'이다. 역사서 전문출판을 표방하는 푸른 역사는 4월 이 책을 내고 불과 두어달 만에 5만부를 팔았다. 초판 1,500~2,000부만 나가도 "잘했다"소리를 듣는 게 요즘 출판시장의 형편이니, 말 그대로 놀랄만한 성공이다. 가만히 베스트셀러표를 살펴보면 이 출판사의 책이 또 눈에 띈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 상반기 인문 베스트셀러 4위를 기록한 이 책은 지난해 8월에 나와 역시 호평을 받으며 지금까지 6만부가량 팔려나갔다.

"역사서 출판시장은 무주공산(無主空山)입니다." 푸른 역사 박혜숙 사장의 말은 읽을만한 역사서가 없다거나 그동안 역사서가 제대로 출판되지 않았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1990년대 중반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이 100만부를 헤아리는 초베스트셀러였지만, 그 뒤로 그처럼 대중의 기호에 맞게 역사를 새로 읽어낸 책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루하지 않으면서 고전의 은근한 멋과 교훈, 때로 역사의 스펙터클한 흥미를 책에서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교양 고전으로 묶을 수 있는 이런 범주에는 대중 역사서, 동서양 고전과 명저를 읽기 쉽게 각색한 인문서 등이 해당된다. 전문성과 필력을 겸비한 스타급 저자들이 속속 발굴되면서 이 시장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황이다.

성공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교과서식 서술, 학술연구서라는 구태를 벗어던진 시각의 전환이다. 거대 담론이 쇠퇴하면서 미시사, 생활사에 대한 관심이 늘고 대중의 욕구가 다양하게 분출하는 사회변화도 한몫했다. 역사를 대중의 취향에 맞춰 재미나게 새로 쓰면서 다양한 이미지 자료와 함께 편집하고 , 고전을 독특한 시각으로 비평한 책들이 계속 출간됐다. 푸른역사, 서해문집, 그린비 등이 이런 책을 내는 출판사들이다.

그렇게 인기를 끈 인문서에는 대개 걸출한 필자들이 대들보처럼 버티고 있다. 단정하면서도 맛깔난 문장을 구사하는 한문학자 정민, 도전적인 비평정신이 꿈틀대는 국문학자 고미숙, 유려한 문장으로 복잡한 신화의 세계를 쉽게 풀어내는 소설가 이윤기…. 계열은 다르지만 도올 김용옥의 방송강연과 고전 해설서 출간도 교양 인문서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몫을 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교양 고전'은 자칫 어설프게 독자를 현혹하는 '짜갑기 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출판사를 믿고 덜컥 샀다.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쉽게 쓴 책이다. 약간의 전공 지식을 살려 이런저런 잡담을 대충 모아 놓은 느낌이랄까…." 독자의 이런 비판을 늘 가슴에 새긴다면, 대중인문서 시장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할 수 있다.

글 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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