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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의 만화로 세상 보기]전상영 '미스터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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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의 만화로 세상 보기]전상영 '미스터 부'

입력
200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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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獵奇). 그 열기가 조금은 식었다 해도, 얼마 전까지도 인터넷 인기 검색어 1, 2위를 다투던 단어다.‘기괴(奇怪)한 것이나 이상한 일에 강한 흥미를 가지고 찾아 다니는 일’이라는 국어사전의 정의와 달리, 우리 대중문화에서 엽기는 기존 관습과 상식을 비틀거나 파괴하기를 즐기는 신세대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취향을 반영하는 개념으로 선택한 측면이 강한 듯하다.이런 엽기문화 열풍의 선두에 엽기만화가 있었다. 일본작가 마야 미네오의 ‘파타리로’는 엽기 만화의 어머니라 할 수 있는 작품이고 ‘멋지다 마사루’ ‘이나중 탁구부’ ‘크레용 신짱’ 등이 그 뒤를 이은 일본 엽기만화다. 이들은 미모의 주인공, 권선징악, 우정과 승부, 동성애와 근친애 등 기존 만화가 다뤄온 코드를 ‘엽기적’패러디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최근‘부킹’을 통해 제2부 연재를 시작한 한국의 대표적인 엽기만화 ‘미스터 부’(대원CI 발행)는 만화, 영화, 광고 등 대중문화 전반을 뒤집어 엎는다. 1996년 ‘소년챔프’에 처음 연재된 ‘미스터 부’는 고담면의 영웅, 미스터 부가 주인공이다.

고담면의 모든 악당들이 미스터 부를 없애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사실 그는 밥만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태연히 할 수 있는 좀 성질 고약한 백수일 뿐이다. 선도, 악도 그에게는 밥보다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패기만만한 젊은 작가 전상영은 대중문화 패러디로 얻어지는 엽기적인 재미 이상의 철학을 ‘미스터 부’에서 추구하는 것 같다. “학교는 왜 가나?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란 무엇인가?”라는 미스터 부의 ‘어울리지 않는’ 절규는, 우리 신세대가 엽기를 통해 다가가고자 했던 사회적인 문제의식과 닿아있는 것이 아닐까. 하긴 서울시의 교통대란 같은, 엽기만화 이상으로 엽기적인 상황이 일상이고 보면, 엽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 일이 엽기적인 것만은 아닐 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엽기를 정착된 장르로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 해도 전통적인 내러티브 대신 엽기를 선택한 신세대 만화작가와 독자들의 감성은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본질적으로 엽기의 승리는 새로움을 선택한 만화의 승리이고, 엽기 다음의 어떤 것을 기대하는 일은 만화가 세상을 풍자하고 비트는 방식의 새로움에 대한 기대이다.

그것이 더 신랄하고 후련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이 아침의 우울함을 날려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박군/만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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