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도 ‘여름사냥’이 시작됐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TV 시청률이 오르기 때문일까. 올해 케이블ㆍ위성 TV의 여름특집은 여느 해보다 상차림이 다채롭다. TV랑 놀며, 무더위와 지루한 장마로 찌뿌드드한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보자.
역사속의 난파선 찾아 해저여행
시원한 볼거리에 적당한 지적 자극을 곁들인 다큐멘터리로, 늘어진 심신을 살짝 긴장시켜 보는 건 어떨까.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해저 탐사대’(일 오후 7시)는 역사 속의 유명 난파선이 묻힌 해저로 안내한다.
해양 고고학자와 다이버들이 지구 곳곳의 바다 밑을 훑으며 난파선에 얽힌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11일 첫 편은 700여년 전 일본원정에 나섰다가 폭풍에 침몰한 몽골제국 5대 칸 쿠빌라이의 함대를 다룬다.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디스커버리 채널의 ‘동물왕국 청백전’(금 오후 8시)은 이런 궁금증을 모형 로봇과 전투 시뮬레이션을 통해 속 시원히 풀어준다.
바다악어와 백상아리(9일), 코끼리와 코뿔소(16일), 늑대와 쿠거(23일), 황소상어와 하마(30일)의 대결이 이어진다. 공학 전문가들이 머스탱 리무진 폭스바겐 등 자동차를 잔디깎기 소방차 보트 등으로 개조하는 경주를 벌이는 ‘몬스터 개조공장’(목 오후 8시)도 눈길을 끈다.
'안티공방' 치열한 문희준의 일상은?
결혼식에 무려 24억원을 쏟아부은 마이클 더글러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 부부는 뉴욕 버뮤다 등지에 5채의 저택을 갖고 있다. 프리미엄 영화채널 캐치온의 ‘스타들이 사는 법 2’(월~목 밤 10시)는 할리우드 특급 스타 10명의 돈벌이와 씀씀이를 낱낱이 공개한다. 더러 분통 터지는 이들도 있겠지만, 심심풀이나 눈요깃거리 정도로 가볍게 즐길만하다.
국내에서도 스타들의 사생활 엿보기가 유행인데, 할리우드와 달리 휴머니티를 부각한 것이 특징. m.net이 19일부터 방송하는 ‘문희준 99.8’(월ㆍ화 오후 6시)도 그렇다. 열성팬과 함께 ‘무뇌충’이란 악담까지 퍼붓는 안티 세력을 달고 다니는 가수 문희준의 일상을 6㎜ 카메라에 담는다. “나의 99.8%를 보여주겠다”는 문희준의 각오가 어떤 반응을 부를지 궁금하다.
부진했던 日 드라마 여름 대공세
올 상반기 40여편이 소개됐으나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일본 드라마도 이색소재로 눈길 잡기에 나선다. 메디TV는 12일부터 외딴 섬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닥터 고토의 진료소’(월ㆍ화 밤 11시10분)를 선보인다.
지난해 후지TV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일본 아카데미상 TV드라마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한 작품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OCN은 5일부터 미스터리 드라마 ‘트릭2’(월ㆍ화 오후 7시50분), 21일부터 범죄 스릴러 ‘얼음의 세계’(수ㆍ목 오후 7시50분)를 잇따라 내보낸다. 투니버스도 21일부터 남자고교 수중발레단 이야기를 다룬 ‘워터 보이즈’(수ㆍ목 밤 11시)로 더위사냥에 나선다.
'달리 탄생 100주년' 스페인 영화도
‘여름=공포영화’라는 도식이 식상하다면, 살바도르 달리(1904~1989)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OCN이 마련한 스페인 영화특집(수 오전 3시40분)에 눈을 돌려보자. 전방위 예술가 달리는 영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하몽하몽’으로 유명한 비가스 루나 감독의 ‘밤볼라’(14일),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를 세계에 알린 미스터리 판타지 ‘오픈 유어 아이즈’(21일), 달리와 함께 초현실주의를 이끈 루이 브뉘엘 감독의 마지막 작품 ‘욕망의 모호한 대상’(28일)이 잇따라 방송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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