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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히딩크, 코엘류, 본프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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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히딩크, 코엘류, 본프레레

입력
2004.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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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감독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대표팀 감독시절 "우리팀의 전술은 측면돌파에 의한 센터링, 기습적인 중거리슛, 세트플레이에 의한 득점 등 세가지뿐"이라고 즐겨 말했다. 실제 차 감독 시절 한국대표팀의 득점루트는 이 세 가지에 의존했다. 97년 월드컵아시아최종예선 당시 차 감독은 승승장구했지만 내심 불안했던 것은 이러한 전술이 아시아에서는 모르지만 세계무대에선 결코 통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90년 울산현대팀을 맡았을 때 나는 '템포축구'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차 감독의 축구를 적극 지지했다. 그러나 그는 선수 장악력부터 전술까지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축구는 목적 없이 공을 찬다는 의미에서 일명 '뻥 축구'라고 하는데 차 감독 시절의 한국축구가 그랬다.

그 동안 만난 지도자들 중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역시 거스 히딩크였다. 그 중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대한축구협회 가삼현 국제국장이 영입을 위해 히딩크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일화이다.

가 국장의 뜻을 전해 들은 히딩크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내가 만약 한국 선수들에게 이유도 없이 여기에 있는 나무에 오르라고 한다면 그렇게 하겠느냐?" 가 국장이 "아마 그럴 것"이라고 대답하자 그때까지 부정적이었던 히딩크의 생각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한 한국대표팀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이미 어떻게 조련해야 강팀으로 만들 수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대표팀의 대대적인 수술을 시작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히딩크의 지도스타일에 회의를 가졌다. 나 역시 그랬다. 2002년 4월 유럽전지훈련 터키전(아마 이 경기가 히딩크의 의도대로 풀린 첫 경기였을 것이다)을 보고 나서야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을 정도였다.

히딩크가 오기 전 우리 선수들의 특징은 무조건 빠르게, 많이 뛰고 투혼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공을 잡으면 목적 없이 전진패스를 했고, 자기 포지션의 임무가 무엇인지 모른 채 뛰어 다녔다. 그러나 히딩크는 공을 뺏기지 않는 것을 중요시했고, 이를 위해 백패스와 횡패스를 권장했으며, 포지션별 임무를 명확히 했다. 한국축구는 이때 비로소 경제적·효율적인 축구를 알게 됐다. 2002월드컵에서 우리가 강팀을 상대로 거의 대등한 경기를 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히딩크의 뒤를 이은 코엘류는 참담하게 실패했다. 나는 그의 가장 큰 실패원인이 그가 히딩크처럼 한국축구의 본질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는 2002월드컵 때의 한국축구를 본 모습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지도자의 유형은 여러가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팀의 실체(문화, 국민성, 플레이스타일을 포함한)를 알고 있느냐이다. 히딩크와 코엘류의 성패는 바로 여기서 갈라졌다.

이제 한국축구는 본프레레를 새 지도자로 맞았다. 그가 한국에 오자마자 일부에서는 "삼류 지도자", "중동의 클럽팀에서 성적을 못 내고 쫓겨 다닌 형편없는 지도자"라고 헐뜯고 있다. 그러나 대표팀 훈련을 시작하면서 그는 결코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보여주었다. 그가 어떤 비전, 어떤 훈련계획을 갖고 있는지에 주목해야지 비난부터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에서 그의 성공을 바란다면 먼저 한국축구의 본 모습을 낱낱이 보여주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유승근 체육부장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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