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1년만의 나들이에 들떠서 휴가 길에 오른 K씨. 오후 3시 무렵 중앙선이 있는 편도 1차선 직선 도로로 자신의 차를 몰던 K씨는 갑자기 앞차가 급제동을 하면서 그만 앞차를 들이받고 말았다. 확인해 보니, 앞차의 급제동 사유는 중앙선을 침범해 진행하고 있는 트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문제의 트럭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간 뒤였다. 한 순간의 방심으로 사고를 낸 K씨이지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고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한 마음을 누를 수 없었다. “나만 잘못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대부분의 경우 추돌 사고는 뒷차에게 사고의 책임이 있다. 이 사고 역시 K씨의 과실로 판명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선을 침범한 트럭이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것인데, 과연 이런 경우 책임의 한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K씨의 억울함이 해소될 수 있는 것일까.
통상 중앙선 침범으로 인해 직접 사고가 발생하면 그 사고는 중앙선 침범 차량의 과실로 된다. 하지만 이 사고의 경우에는 중앙선 침범 차량의 과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트럭이 중앙선을 일시 침범했을 수도 있지만, 반대편 차량들의 사고 사실 조차도 모른 채 그냥 가버렸으니 말이다. 게다가 시간상으로도 한 낮인데다, 도로 앞쪽의 시야도 충분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K씨의 안전거리 미확보에 따라 발생된 사고라는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관련 법 조항을 살펴보자.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자동차손해배상책임)에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에 K씨의 안전거리 미확보는 명확한 과실인 반면 중앙선 침범 운전자의 과실 여부는 입증하기 쉽지 않다. 중앙선 침범 운전자의 과실이 일부 인정되는 경우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안전 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운전자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운전 중에는 여러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그 원인 중에는 다른 차량에 의해 원하지 않게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방어 운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장 보험 처리를 한다 해도, 결국 보험료 인상 등을 감안하면 고스란히 운전자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기 때문이다.
서병남 인스밸리 대표 suh4048@insval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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