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김선일씨 피살사건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 형제가 의도적으로 책임을 정부로 떠넘기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김 사장과 형 비호씨는 6일 언론과 잇단 인터뷰를 통해 김씨 피살사건이 정부의 '파병 재천명'과 협상미흡 때문이라고 몰아붙였다. 비호씨가 이날 감사원 조사에 앞서 일부러 기자들과 만난 데 이어 김 사장도 언론들과 개별적으로 접촉, 강도 높게 정부를 비난했다.
김 사장은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파병재천명이 없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믿는다"고 말했다. 또"이라크인 변호사도 굉장히 화가 났다. 그는 '이것(파병)은 그냥 죽이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귀국 후 조심스럽게"파병재천명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진술을 뛰어 넘은 '확신에 찬' 발언이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김씨 피랍사실을 대사관에 알리지 않은 이유도 외교부에 전가했다. 비호씨가 외교관의 권위주의적인 자세를 비난한데 이어 김 사장은 오무전기 직원 피살사건을 예를 들며"현지 공관이 너무 몸조심을 하고 공무원 특유의 자기 보신적인 자세가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그는 "(알 자지라방송의 테이프 보도 후) 대사관이 우리와 별도로 협상라인을 마련했지만 무장단체한테 접촉을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김씨 형제의 발언이 전해지자 7일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행동"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서희·제마부대가 이미 파병된 상황에서 추가파병이 김씨 피살의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의도적"이라며 "미리 정부에 알렸다면 파병을 발표하기 전에 협상시간을 벌 수 있었던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외교부가 할말은 없지만 무장단체와 접촉했다는 진술은 사실이 아니다"며 "외교부에 쏠렸던 비난과 의혹이 본인에게 돌아가자 물길을 돌려보기 위한 방편으로 꾸며낸 거짓말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AP "내주초 답변서 제출"
한편, 감사원은 8일 김 사장을 재소환, 2차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AP통신 서울지국도 외교부와의 통화내역을 묻는 감사원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를 이르면 내주 초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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