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운 현실을 보도한 '동네가게 무너진다' 시리즈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간 서울 명동 센트럴빌딩 4층 신용회복위원회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생계형 사업을 하다 빚을 지고 거덜난 상인들이었다. 저마다 털어놓는 기구한 사연에 기자의 입에서도 절로 한숨이 나왔다.이들의 불행은 대부분 기업에서 퇴출되면서 시작됐다. 실직 후 일단 일자리를 찾지만 젊은 사람들도 노는 판에 취직이 가능할 리 없다. 그래서 생각한 끝에 자기 돈, 남의 돈 다 끌어 모아 작은 장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가는 곳 마다 음식점이요, 편의점이다. 장사가 안돼 빚이 빚을 부르고, 마침내 신용불량자가 돼 이곳을 찾게 된다. 한 상담원은 '신용불량자가 줄고 있고 소비도 살아날 것'이라는 정부 발표에 "숫자놀음만 하고 있다"고 했다.
수출 많이 해서 보너스 두둑한 몇몇 대기업 임직원 외에는 지금 경기가 좋다고 느끼는 이가 없는데도 정부는 5%라는 성장률 수치만 믿고 자신만만해 한다. 서민 가계가 붕괴되고, 하루종일 물건 하나도 못 파는 가게가 넘쳐 나고, 야반도주하는 상인들로 문 닫는 상점이 즐비한 데도 온 나라가 행정수도이전으로 떠들썩하다. 도대체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이들은 답답하다.
이 시리즈가 나가자 인터넷과 이메일에는 이런 정부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서민경제에는 철저히 무관심한 국가, 오직 세금만 착취해 돈 잔치나 하는 국가.'(LTK12) '정부가 영세상인들의 소리를 듣고나 있는지 모르겠다.'(jin4644) '노동귀족들이 주5일제로 방방곡곡 놀러나갈 때 동네점주들은 이틀 공친다.'(동네경제) 딴 생각만 하고 딴 소리만 하는 정부는 이들의 분노를 언제까지 그냥 내버려 둘 셈인가.
/김호섭 사회1부 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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