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등 비용상 이점만 노린 국내 기업의 수동적 해외진출이 해외사업 부실과 제조업 공동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글로벌 경영을 위해 어차피 해외로 나가야 한다면 엉거주춤한 비용절감형 투자에서 벗어나 선진기술 확보, 신시장 개척 등 전략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7일 '기업 해외진출의 성공조건'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연구소에 따르면 중국과 아세안 등에 투자한 제조기업 중 48.5%는 인건비 등 비용절감을 첫번째 이유로 들었다. 연구소는 그러나 단순한 비용절감이나 규제회피를 위한 해외투자는 임금이 오르거나 규제가 생기면, 다시 제3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본사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현지화에 실패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국내기업들이 중요한 의사결정 권한을 대부분 본사가 가지고 있고, 현지 인력채용도 대부분 저부가가치 인력을 위주로 하고 있어 한국기업도, 현지기업도 아닌 애매한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 중국에 진출한 많은 국내 기업들이 중국의 임금이 서서히 상승하고, 비정상적으로 많았던 혜택들이 사라지면서 현지화에 실패, 수익감소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삼성 LG 현대차 등 재벌 기업들이 이날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결합재무제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해외자산은 급증하고 있지만, 해외 현지법인들의 수익성은 악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의 140여개 해외법인의 자산규모는 2002년 21조9,000억원에서 작년 25조7,000억원으로 17%이상 늘었다. 그러나 해외법인들의 '순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2.6%에서 2.1%로 오히려 낮아졌다. 지난해 순매출(계열사들끼리의 내부거래 제외)은 48조2,000억원으로 작년보다 2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162억원으로 작년(1조503억원)보다 감소했다. LG도 해외법인의 순매출은 지난해 31조9,000억원으로 2002년(24조8,000억원)보다 28.6% 이상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835억원에서 863억원으로 28억원(3.3%) 증가하는데 그쳤다. 현대차 역시 현대차 및 계열사 현지법인 순매출은 2002년 9조8,337억원에서 지난해 18조9,961억원으로 2배 급증했지만, 영업이익은 3,033억원에서 1,602억원으로 급락했다.
연구소는 이에 따라 진출 대상국의 수익성 있는 사업에 대한 인수합병(M& A)으로 공격적인 시장접근 전략을 펼치고 현지 우수 인력을 대거 채용하는 공격적인 글로벌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키아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일부 핵심기술을 공개하고 첨단 경영시스템 전수, 오지학교 지원사업을 통해 중국에 뿌리내리는데 성공한 것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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