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외통위는 7일 외교부에 대한 질의에서 김선일씨 피랍 참사와 관련, 반기문 장관의 사퇴를 거론하며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하지만 일부 의원은 국민적 의혹 해소보다는 엉뚱하게도 외교부와 반 장관 감싸기 행태를 보여 빈축을 샀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장관의 책임은 행위가 아니라 결과에 대한 무한책임"이라며 "반 장관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전쟁 상황이므로 학생들 출석 부르듯 교민을 관리했어야 한다"며 "중대한 책임이 발생했는데도 변명으로 일관하며 사표를 내지 않는 반 장관의 행위는 비겁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 장관이 "그런 얘기는 삼가달라"고 반발하자, 홍 의원은 "백배사죄해도 부족할 판에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또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추가파병 방침이 참사의 원인 아니냐"며 파병의 부당성을 부각했고,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6월 초 종교단체 사이트에 김씨 실종사실이 알려졌고 김천호 사장이 네 차례나 대사관을 방문하지 않았느냐"며 정부의 '직무유기'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반 장관은 "AP통신의 확인요청에 좀더 주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AP도 충분한 정보를 줬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퇴요구에 대해선 "책임을 통감하지만 사태 수습이 먼저이며, 판단은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우리당 김혁규 의원은 "외교부의 사기가 저하됐겠지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활로를 열어달라"고 당부한 뒤 질의시간 전체를 통상문제에 할애했다.
장영달 의원은 "테러집단이 김씨 석방조건으로 파병 철회를 요구했는데 그 시점에 파병 원칙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지적했지만 곧바로 6자 회담으로 주제를 옮겼다. 또 한명숙 의원은 "외교부에 잘못은 있지만 수십년간 성실히 일해온 공무원에게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라며 반 장관을 엄호했다.
심지어 지역구(부산 중·동)에 피살된 김씨 거주지가 있는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반 장관은 안심하고 장관직을 맡길 수 있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사퇴 얘기가 나와 깜짝 놀랐다"며 "함부로 사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고, 반 장관은 "격려의 말씀 감사하다"고 답해 실소를 자아냈다.
게다가 우리당 신기남 의장과 김부겸 임종석 의원 등 5명은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웠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본인의 질의순서가 아니면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는 등 전반적 회의 분위기는 국민적 관심도와는 차이가 컸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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