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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체제 10년/"주체" 대신 "실리 사회주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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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체제 10년/"주체" 대신 "실리 사회주의"로

입력
2004.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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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그 밤, 빗속을 헤치며 달려가 조용히 누워계시는 수령님을 몇 번이나 불러보시다, 불도 켜지 않은 방에서 하염없이 오열을 터뜨리시던…." 1994년 7월8일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적을 5일자 북한 노동신문은 이렇게 전했다. 그로부터 10년. 김 위원장은 식량난, 50년 통치자의 부재상황 등 초기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일정부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김정일 체제의 착근과 함께 북한에서 김 주석의 그림자도 비로소 걷히고 있다. 유훈통치, 고난의 행군, 선군정치, 강성대국론에서 신사고로 이어지는 10년간 정권의 키워드가 이 같은 변화를 대변한다. 김일성식 '주체사회주의' 대신 김정일식 '실리사회주의'가 자리를 잡았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내부안정에 치중하던 김 위원장이 2002년 경제개혁을 단행하면서 북한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95년을 전후해 홍수, 가뭄 등으로 식량난은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 '북한정권 붕괴설'은 기정사실처럼 나돌았다. 김 위원장은 선대의 유지를 받들겠다며 북한 지도부를 다독거리고, 군을 우선시하는 선군정치로 내부 추스르기에 주력했다. 김 주석 3년상이 끝나면서 김 위원장은 97년 10월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되고, 98년 9월 국방위원장 자리에 오르면서 성공적으로 당과 군을 장악했다.

98년 남쪽에서 햇볕정책이 등장하는 것에 맞춰 김 위원장도 개혁개방의 길에 조심스레 접어들었다. 고 정주영 현대회장의 소떼몰이 방북, 금강산 개방 이후 남측 정부와도 대화의 물꼬를 텄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나온 '강성대국론'은 자신의 색채를 담은 '김정일 나라 만들기'에 나서겠다는 선언과 같았다. 2001년을 신 사고의 원년으로 삼고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요소를 도입한 경제개혁조치도 추진했다. 그 결과 90년부터 9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북한경제는 이제 매년 1∼2%대의 성장세로 돌아섰다. 중국으로, 러시아로 외교의 발을 뻗친 그는 두 차례의 북일정상회담을 가진 뒤 서울답방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부분도 많다. 93년 1차 북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은 2002년 10월 핵무기 개발계획을 시인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한 벼랑 끝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또 지난 2년 동안의 경제개선조치도 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에 머물고 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과거와 단절할수록 자신의 권력기반도 취약해진다는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평가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 김정일 측근 세대교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0년 통치기간 동안 '혁명1세대'로 불리는 구세대 지도층을 '새로운 피'로 바꾸는 세대교체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강고한 혁명이념 대신 전문성으로 무장한 신진그룹들은 이제 김정일 체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있다.

김 위원장의 신측근들은 내각쪽에서 특히 두드러진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5월초 평양에서 열린 14차 남북장관급 회담에 북측 수석대표로 나온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가 대표적인 예다. 1959년생으로 40대 중반인 그의 등장에 남측 대표단은 상당히 당혹해 했다. 그러나 그는 96년 미국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통일 심포지엄'에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대표로 참석하면서 얼굴을 알린 뒤로 대남 사업에 꾸준히 실무자로 참석했던 준비된 주자였다.

박봉주 내각 총리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도 내각을 지탱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신측근 관료들. 박봉주 총리는 지난 4월 김 위원장의 방중 기간 동안 베이징의 모범 농촌마을인 한춘허(韓村河)를 독자적으로 방문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강 부상은 94년 제네바 협정을 이끌어낸 북한 외교의 실질적 리더로서 김 위원장의 오랜 측근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6·15 4주년 기념행사에 대표단을 이끌고 나타난 이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도 새로 등장한 대남라인이다. 지병으로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송호경 부위원장의 공백을 메울 인물이다.

군부에서는 지난해 리을설, 백학림 등 마지막 혁명원로들이 물러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나 김영춘 총참모장 등 상징적 대표들 바로 뒤에 포진한 리명수 박재경 등이 군부를 사실상 움직이는 김 위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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