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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서울시장의 엉뚱한 시민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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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서울시장의 엉뚱한 시민 책임론

입력
2004.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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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이 자주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종교행사에서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말해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이 불과 며칠 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혼란을 시민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 또 문제가 됐다.우선 이 시장의 시각부터가 크게 잘못됐다. 이미 지적했듯이 이번 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은 기본적인 준비부족이다. 교통카드 단말기시스템의 미작동과 오작동, 버스정보시스템의 미개통, 대폭적인 요금인상 효과, 중앙버스전용차로의 구조적 병목현상 등이 그 요인들이다. 이들은 온전히 서울시의 책임이다. 이 시장 스스로도 머리 숙여 사과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시민 탓을 하는 것은 행정가로서 전혀 당당하지 못한 태도다.

굳이 시민 탓으로 돌릴 만한 것을 찾는다면, 바뀐 버스 노선에 미처 적응치 못한 데 따른 단기적 혼란 뿐이다. 사실 여기에도 제대로 홍보효과를 거두지 못한 서울시에 상당부분 책임이 있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사업추진 과정에서 경제논리에 밀려 홍보분야가 적잖이 희생됐음은 시 관계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어떻든 시당국이 서둘러 보완책을 내놓고 있으니 시민이 겪는 혼란은 차츰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더라도 이 시장의 발언 속에 깔려 있는 의식은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서울시민이 그를 선택한 것은 능력있는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기업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시정에 접목해 달라는 주문이었지, 시민마저도 회사 사원처럼 대하라는 뜻은 아니었다. 재차 강조하지만 현대 행정의 요체는 시민에 대한 기여이자 서비스다.

더구나 지도자의 경솔한 말이 얼마나 불필요한 혼란을 유발하는지는 우리 모두 충분히 경험하고 있는 바다. 이 시장도 언행을 진중히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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