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계속되는 외인매도 공세 속에 날개가 꺾인 듯 추락하고 있다. 7일까지 연 8일 동안 외인매도가 지속되자 삼성전자 주가는 장 초반 연중 최저가인 42만원까지 떨어졌다. 오후 들어 외국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했지만 결국 전날보다 0.91% 내려간 43만7,000원에 마감했다.
美 기술주 하향으로 어닝시즌 기대무산
일시적이지만 삼성전자가 42만원대로 폭락한 것은 무엇보다 전날 미국 나스닥지수가 2.15%,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3.9% 급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기술주 폭락의 기폭제는 리먼 브러더스의 기술주 실적 전망 하향이었다. 리먼 브러더스는 개학철을 앞두고 개인용 컴퓨터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며 인텔의 3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브로드컴, 어플라이드 마이크로 서킷, PMC 시에라, 비테세 세미컨덕터 등 다른 기술주의 투자 의견도 하향 조정, 이들 업체 주가는 모두 폭탄이라도 맞은 듯 폭락했다. 미국 기술주 급락은 미국발 '어닝 시즌' 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완전히 무너뜨리며 국내 오전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SDI, 하이닉스, LG전자, 삼성전기 등 주요 대형 기술주들이 동반 급락했다.
IT 경기 하강 전망도 한몫
지난달부터 계속 제기돼 온 정보기술(IT) 경기 하강 전망도 외인들의 삼성전자 매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원은 "최근 외인들의 기술주 매도를 분석해보면, 첫째 아시아, 둘째 디스플레이, 셋째 플래시메모리에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PDP, LCD 등 디스플레이와 플래시메모리의 경우 가격 인하가 진행 중이고 경기 하강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그동안 저금리에 따른 대출로 소비를 계속 늘려왔는데 본격적으로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함에 따라 국내 IT업체들의 수출품을 구입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악재는 모멘텀 부재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이미 한 달 전부터 제기됐던 것들이다. 사실 가장 큰 악재는 '상승 모멘텀이 없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2, 3분기 실적은 계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분기 영업이익은 아테네 올림픽 후원에 따른 지출로 1분기보다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4분기부터는 하강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다. 실적, 경기 전망, 수급, 해외 변수 등 모든 방면에서 호재를 찾기 힘든 것이다.
워낙 주가가 싸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추가 하락을 막고 있지만 모멘텀도 없는데다 외인이 계속 팔고 있으니 저점 매수를 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정광 LG증권 연구원은 "가격 메리트가 있지만 해외변수가 너무 좋지 않아 일단 전저점 지지를 확인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며 "미 증시가 실적발표를 앞두고 펀더멘털 악화로 고전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