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나는 학교를 다니는 게 싫었다. 어린 아들이 그러니 어머니도 한숨이 나왔을 것이다. 우선 집이 너무 멀었다.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 에미가 신작로까지 데려다 주마."그날도 마지못해 가방을 들고 나서자 어머니는 얼른 내 가방을 받아 들고 나보다 앞서 집을 나섰다. 신작로로 가는 산길에 이르러 어머니는 다시 내게 가방을 내주고 거기에서부터 두 발과 지게 작대기를 이용해 내가 가야 할 산길의 이슬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그런다고 내 옷이 안 젖는 것도 아니었다. 어머니의 옷도 그 뒤를 따라가는 내 옷도 흠뻑 젖었다. 산길을 다 넘은 다음 어머니는 품속에 넣어온 새 신발을 내게 갈아 신겼다. "앞으로는 매일 털어주마. 그러니 이 길로 곧장 학교로 가거라. 다른 데로 가지 말고." 그 자리에서 울지는 않았지만,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지금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때 어머니가 이슬을 털어주신 길을 걸어 지금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돌아보면 어머니는 내가 살아온 길 고비마다 이슬털이를 해주셨다. 아마 그렇게 털어주신 이슬만 모아도 작은 강 하나를 이루지 않을까 싶다. 오래오래 사세요, 어머니.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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