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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기자의 고!/고단한 대중들 "영웅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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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기자의 고!/고단한 대중들 "영웅이 그리워"

입력
2004.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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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에 개봉하는 한국영화 중 기대작은 3편 정도로 압축된다. 8월 개봉하는 양윤호 감독의 ‘바람의 파이터’와 윤종찬 감독의 ‘청연’, 12월 개봉 예정인 송해성 감독의 ‘역도산’. 공교롭게도 모두 일제치하 일본에서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가 간 대한제국의 전설적 인물들이 주인공이다.잘 알려진 대로 방학기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바람의 파이터’는 극진 가라테라는 독창적 무술로 일본 무술계를 제패한 최배달(본명 최영의ㆍ1922~1994)이 주인공. 양동근이 최배달 역을 맡은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니 남루한 도복을 입은 채, 힘깨나 쓸 것 같은 일본 무술인들과 ‘맞짱’을 뜨는 최배달의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청연’은 조선 최초의 여성비행사 박경원(장진영 분)의 삶을 그렸다. 1901년 조선에서 태어나 일본 최고의 비행사가 되겠다는 꿈 하나만으로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간 여인이다.

설경구가 역도산 연기를 위해 몸무게를 20㎏이상 불린 ‘역도산’은 프로레슬러 역도산(본명 김신락ㆍ1925~1963)의 일대기. 그 역시 14세 때 조선씨름대회에서 우승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씨름계와 프로 레슬링계를 평정했다.

왜 이들인가. 한국영화는 왜 하필 일제치하 일본에서 활동한 이들에 주목하고, 이들의 삶을 재현하기 위해 수 십억에서 수 백억원의 제작비를 쏟아 붓는 걸까.

단지 세계 최고의 무예 고수들과 싸워 이긴 인생이 멋있어서? 한국인으로서 세계 프로 레슬링계를 제패한 사실이 자랑스러워서? 그것도 아니면, 조선 들녘의 제비들을 그리워하며 지은 애기(愛機) ‘청연(靑燕)’을 타고 가다 악천후로 추락한 삶이 서러워서?

현실이 고단할수록 대중은 슈퍼 히어로를 그리워하는 법. 참담한 대공황시절 미국 시민은 만화 ‘슈퍼맨’에 열광했고, 테러범들의 만행에 우왕좌왕할 때면 어김없이 영화 ‘람보’의 실베스타 스탤론을 그리워했다.

그러면 우리는? 뭐 하나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요즘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 20세기 가장 혹독했던 일제치하 상황을 연상시킨 게 아닐까. 그래서 그 시절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에 환호하면서 잠깐이라도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자 하는 게 아닐까.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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