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니 호수나 바다에서 작품 구상을….' '푸짐한 호프 한 잔이 생활의 활력….'출판사 '한국문연'이 내는 월간지 '현대시'를 읽다 보면 책 끄트머리에 이색 코너를 만난다. 이희정(사진) 시인이 쓰고 문인들이 읽는 이 달의 운세.
1993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종이왕관(현대시 펴냄)'등 3권의 시집을 낸 바 있는 이 시인이다 보니 동료 문인들의 가렵고, 막막하고, 목 마른 곳을 꿰고 있다. 그렇다고 어림짐작, 주먹구구식은 절대 아니다. 주역을 공부해 운세풀이를 해 온 게 무려 10년. 서울 봉천동에 '시인의 방 철학원'이라는 간판을 내 건 것도 벌써 4년째다. 그러다 보니 용하다는 입 소문에 S씨, Y씨, R씨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시단 원로들이 단골이고, 동료 후배들도 자주 전화를 해온다. 한국시인협회 모임에서 즉석 점판이 벌어진 적도 있다고.
물론 불편해 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다. 시 전문지와 운세풀이가 안 어울린다느니, 사위스럽다는 식의 반응들이다. 이 시인은 "운세풀이는 개인의 창작이 아니라 역대 역학자들의 협작"이라며 "무료할 때 그저 재미로 보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로 알려져야 하는데…"라며 말 꼬리를 흐린 이 시인은 올 가을쯤 네 번째 시집을 낼 참이라고 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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