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기구 개편 논의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감사원의 신용카드 특감 결과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하여 공무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지방분권정부혁신위원회가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양 기관의 기능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동안 금감위와 금감원의 통합을 전제로 하여 '공무원화'냐 '민간 공적 기구화'냐를 두고 논의가 전개되던 것이 이제는 현 상태를 그대로 두고 기능 재조정만 하느냐, 통합하여 민간 공적 기구화를 하느냐가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감독기구 개편 논의가 제기된 이상 신용카드사 부실화를 계기로 지적되어 온 감독책임 소재의 불명확성 등 이원적 감독기구 구조의 문제점을 방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반드시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하여 민간 공적 기구화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한편에서 끈질기게 제기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금융감독 권한은 행정부만이 행사할 수 있으므로 통합하는 경우 공무원화가 필요하나 이에 대한 반대가 심하므로 현재의 이원적 구조가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안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금융감독기구 개편과 관련하여서는 지금까지 감사원,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입장과 논리를 제시하였기 때문에 필자는 그동안의 논의에서 다소 소홀히 다루어진 한두 가지 사항에 대해서만 지적하고자 한다.
감독기구 개편 논의를 살펴보면서 이제는 논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선택이 중요하며 선택을 하면 상당 기간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끈기있게 지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편의에 의해서 또는 밥그릇 확장을 위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논의를 쉽게 제기하고 또 쉽게 포기하는 행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금융감독기구 개편에 관한 논의는 감독권한의 보유 및 행사주체에 관한 사항으로서 금융감독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의 관점에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이른 시일내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종사자 등 금융감독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논의를 전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시장에서 금융감독서비스 소비자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며, 시장의 변동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금융 감독에 관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성이란 법규에서 정한다고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고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생성·발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제기되고 있는 금융감독기구 개편안 중에서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안은 무엇인가? 전문성을 기른다는 점에서는 민간기구화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전문성이라는 것은 유사한 업무를 장기간 수행하면서 스스로의 판단 하에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길러지는 것이다. 순환보직 원칙에 따른 단기간의 근무, 승진을 위하여 상사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경직된 풍토, 시장의 수요에 따르기보다는 시장에 군림하는 관행 등을 특징으로 하는 공무원의 근무행태는 전문성을 기르기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적절한 지위나 보수를 제공함으로써 자질 있는 신입 직원을 채용하고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육성하거나, 필요한 경우 파격적인 아웃소싱을 할 필요도 있는데, 이러한 측면에서도 공무원 조직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김규한 상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