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정치·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는 일사천리로 이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서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법이 통과한 만큼 국민적 동의를 받은 것과 같다는 게 정부측 논리다. 그러나 국민의 절반 이상은 밀어붙이기식 추진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후보지 발표부터 결정까지 20일도 안 걸린 정부의 서두름이 불안하기만 하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대역사의 결정은 신중하고 사려깊게 이뤄져야 한다. 핵심 쟁점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신행정수도 이전의 장단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정부가 5일 연기·공주를 행정수도 후보지로 사실상 확정 발표했지만 찬반여론은 여전히 팽팽한 데다 수도권 지자체와 일부 시민단체가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어 자칫 국론분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특별법이 이미 국회를 통과했다는 점만을 내세워 밀어붙이기 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국론분열 양상은 이미 비등점을 넘어섰다. 서울·인천·경기·강원 등 4개 지자체가 후보지선정평가위에 전문가 파견을 거부함으로써 중앙정부에 반기를 들었고, 지난달 29일에는 서울에서 3만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수도이전 반대집회가 열렸다. 또 일부 시민단체는 헌법소원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찬성'은 답보상태인 반면 '반대'는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여당은 수도이전 후보지까지 결정되는 등 실행단계에 돌입한 만큼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은 6일 "특별법에 이의가 있으면 폐기안을 제출하라"며 한나라당을 공박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수도이전특위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면서도 국민적 합의를 끌어낼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정략적 접근'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사회적 합의과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찬반 여론의 이면에 수도권 주민들의 막연한 불안감과 영호남·강원·제주 지역민의 상대적 박탈감, 충청권 내의 소지역주의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자칫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희대 온영태(도시계획학) 교수는 "지금 같은 논란 속에서는 수도를 이전하더라도 의미가 없다"며 "수도는 역사적 상징성을 갖는 만큼 당연히 국민투표에 준하는 합의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수도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쑥 대선공약으로 제시된 뒤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처리되면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경실련 박완기 도시개혁센터 국장도 "이전 규모와 경제성 등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이 필요하고 결정과정에서는 국민투표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먼저 고려돼 특별법이 통과된 만큼 지금이라도 공청회나 국민대토론회 등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와 국회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성신여대 권용우(도시지리학) 교수는 "실정법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정부·여당은 논리와 명분을 갖고 반대의견을 설득해야 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도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절차상의 하자를 들어 딴지를 걸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