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6일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친형인 비호씨를 소환, 김선일씨 피랍 인지 시점과 협상과정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김비호씨는 이날 조사에서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기는 했다. 그러나 진술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 사장과 입을 맞춘 듯 한 치도 어긋남이 없었다. 비호씨는 특히 "공관원들의 근무자세가 변해야 한다"고 외교부를 비난하며, 김선일씨 살해의 책임을 정부 탓으로 돌리려는 자세를 보였다.
그는 조사 직전 기자들과 만나"동생이 6월5일 오전 '김선일이 미군 부대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아 행방을 찾고 있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다음날 서울 M교회에 '김선일 형제'가 실종됐으니 납치라는 어려운 상황을 당하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비호씨의 발언은 김 사장이 당초 진술한 6월10일 이전에 피랍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부인하는 것이다. 비호씨는 자신도 같은 달 13일 김 사장으로부터 이 메일을 받은 뒤 파랍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비호씨는 이어 사건의 책임을 정부의 파병고수와 협상력 미흡으로 돌렸다.
그는 "정부가 '(파병 재천명을) 재고해보겠다'고 하고 물밑 작업을 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대사관에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서까지 "해외에서 오래 살면서 공관에 대한 도움은 거의 기대하지 않는다. 공관직원의 권위적인 근무자세가 바뀌어야 한다"고 외교부로 화살을 돌렸다.
비호씨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1991년 걸프전 이후 중동에서 미군에 군납업무를 시작하면서 가나무역을 설립, 현재 실질적인 경영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호씨는 M교회의 장로로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중동기독실업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고, 김 사장도 같은 교회 집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바그다드에서 현지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도착하는 대로 김 사장을 재소환할 계획이다. 감사원은 또 KT의 통화기록 제출 거부로 외교부와 AP통신간 통화내용에 대한 조사를 진척시키지 못한 채 AP 서울지사에 질문서를 발송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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