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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영덕·김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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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영덕·김도혜

입력
2004.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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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프로그래머에게 평소 묻고 싶었던 궁금증 하나. ‘그 많은 영화를 다 보고 고른 겁니까.’ 15~24일 열리는 제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두 여성 프로그래머 김도혜(38) 김영덕(36)씨에게 똑 같은 질문을 던졌다.“출품작 261편을 다 보셨나요?” 별 이상한 질문 다 들어보겠다는 표정과 함께 돌아온 대답. “그럼요. 둘이 각각 400여편씩 봤을 걸요?”

그랬다. 두 사람은 영화제를 위해 1년 여 동안 칸, 밀라노, 로테르담, 유바리, 홍콩, 베를린 등 세계 10여 개 영화제를 돌아다니며 400여 편의 영화를 ‘내 돈 안 내고’ 봤다.

그러나 “하루에 8시간씩 5, 6편의 영화를 보는 일은 다리에 피가 돌지 않는 고된 작업”이었다. 평점을 매겨가며 본 영화를 나라별, 감독별로 안배해 고르고 고른 결과가 32개국 영화 261편(장편 83편, 단편 178편). 이들로부터 추천작과 영화제 감상법을 들었다.

● 출품작 선정기준은 뭔가.

(김도혜)“마음에 드는 영화다. 굳이 따지자면 탄탄한 시나리오, 고정관념을 깨는 상상력, 일상 뒤에 숨어있는 판타지로 무장한 작품이다. 물론 부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하는 ‘프리미어’ 작품 위주다. 프린트(영화 상영용 필름) 대여비는 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 너무 많은 영화가 상영돼 관객 입장에서는 선택이 어렵다.

(김영덕)“그래서 프로그래머 추천작이 있는 거다. 지난해 홍콩영화제에서 고른 필리핀 영화 ‘가감보이’를 강력 추천한다. 주인공이 필리핀어로 거미를 뜻하는 ‘가감’을 삼킨 후 거미인간이 된다는 내용인데, 무지 웃긴다. 거미인간 복장을 구하는 과정이 구질구질한 게 오히려 재미있다. 할리우드 ‘스파이더맨’과는 다른 비주류 감수성이다. 일본영화 ‘쇼와 가요 대전집’에서는 젊은이들과 아줌마들의 6대6 떼거리 액션이 복수혈전처럼 펼쳐진다.”

(김도혜)“독일 축구영화 ‘베른의 기적’은 부천영화제 출품작 치고는 피가 별로 안 나오는 영화다(웃음). 개막작 ‘개미들의 왕’은 공포영화의 거장 스튜어드 고든 감독의 따뜻한 인간미를 엿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노르웨이 옌스 리옌 감독의 첫 장편 ‘누가 요니를 삽으로 때렸나’도 유머감각이 돋보인다.”

● 제목만 보면 ‘킬빌’류의 유혈낭자 활극 같은데.

(김도혜)“아니다. 제목만 우리가 재미있게 달았을 뿐이다. 피가 나고 안 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주제와 표현이 얼마나 주류 영화와 다른가가 중요하다. 사실 ‘킬빌’은 아시아 B급 액션영화에 대한 오마주(존경)가 곳곳에 스며있는 전형적인 비주류 영화다. 부천영화제는 기존 질서를 전복시키는 비주류 영화를 옹호한다.”

● 10일 동안 열리는 영화제를 재미있게 즐기는 비법은.

(김영덕)“영화제 내내 부천에 와서 살면 된다(웃음). 주말(관람료 5,000원)과 심야(1만원)는 매진이니까 평일(좌석점유율 60~70%ㆍ5,000원)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원래 부천영화제는 단편이 인기가 높은 만큼 올해는 처음으로 단편을 묶어 DVD로 출시할 예정이다. 특별전으로 열리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류’전에서는 1920~50년대 제작된 희귀 필름 53편을 감상할 수 있다.”

● 프로그래머로서 보람은.

(김도혜)“영화제가 발굴한 감독이나 작품이 유명해질 때다. ‘메멘토’ ‘사무라이 픽션’ ‘깝스’ ‘폰’ ‘가위’ ‘여우계단’ 모두 부천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지난해 ‘로봇 이야기’를 출품한 한국계 미국인 감독 그렉 팍은 이후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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