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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의 으뜸 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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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의 으뜸 홍도

입력
2004.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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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남부 해안에 섬들이 점점이 떠있다. 그 수가 워낙 많아 다도해라고 불린다. 1,700개가 넘으니 이름을 외기도 힘들다. 정부는 1981년 그냥 섬 일대를 뭉뚱그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섬 하나하나가 저마다 개성과 아름다움을 갖고있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서다.하지만 사람의 심리는 묘한 법. 꼭 순서를 가리고 싶어진다. 이 경우 사람들은 대부분 홍도를 으뜸으로 꼽는다. 섬을 뒤덮은 바위가 붉은 색 규암으로 이뤄진데다 해질녘 노을에 잠긴 섬이 선연한 붉은 빛을 띤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붉은 섬 홍도로 떠나는 여행, 작열하는 여름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다.

홍도의 행정구역은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리에 속한다. 목포항에서 서남쪽으로 115㎞ 거리에 있다.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에 몸을 싣는다. 잔잔한 바다를 질주하듯 가르는 쾌속선의 속도감이 경쾌하다.

희미한 해무 사이로 갑자기 나타나는 작은 섬들이 여행객을 놀라게 하지만 그 사이를 헤집고 헤엄치는 선박이 주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2시간 남짓 달리던 쾌속선이 멈춘 곳은 흑산도. 10분 가량 손님을 내려주고 태운 뒤 30분을 더 가니 홍도에 도착한다.

섬을 포근하게 감싸안은 선착장 뒤로 마을이 보인다. 홍도1구 마을이다. 100가구 안팎의 주민이 거주하는 이 곳은 홍도관광의 중심여서 숙박업소와 음식점도 이 곳에 밀집해있다. 섬에 도착하면 이 곳에 짐을 부린 뒤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한다.

홍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170호로 지정된 곳이다. 그래서 마을 주변을 제외하고는 관광객들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다. 해상절경을 구경하려면 유람선을 타고 섬 일주를 해야 한다.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면 섬을 한바퀴 돌면서 관람을 할 수 있다.

섬 주위의 기암괴석이나 작은 바위섬들은 홍도10경, 홍도33경의 이름으로 생명을 부여받았다. 남문바위, 거북바위, 석화굴, 부부탑, 슬픈여바위, 실금리굴 등 자연이 빚어낸 바위들의 조화가 기막히다.

하지만 억지로 만들어낸 이름들이 오히려 절경을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시루떡바위는 그렇다 치고 ET바위에 이르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기분이다. 이름을 지우고 다시 바라본 홍도의 해안선, 과연 명불허전이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마을에서 해안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마을에서 우체국을 지나 10분 가량 올라가면 동백나무숲이 나온다. 산책로를 따라 동백나무, 황칠나무, 후박나무, 피나무 등이 자연그늘을 드리웠다. 산책로 끄트머리에서 갑자기 망망대해와 함께 만나는 해안절벽을 보는 즐거움도 놓치면 후회한다. 30분의 투자치고는 의외의 수확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홍도 자생란전시실이 있다. 신안군 농촌지도소의 도움을 받아 멸종위기에 놓인 홍도풍란을 살리기 위해 마련된 곳이다. 주민들과 현지 공무원들이 제주도에서 가져온 돌과 홍도의 몽돌(파도에 쓸려 동글동글해진 자갈)에 자생풍란을 심었다. 금난초, 깽깽이풀, 참나리, 원추리 등 희귀식물을 볼 수 있다. 특히 석곡, 홍란, 금새우난, 나도풍란 등 홍도의 4대 풍란은 7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 이달 말 절정을 이룰 예정이다.

홍도의 또 다른 볼거리는 푸른 바다이다. 낚시배를 빌려 타고 바다로 나가면 맑디 맑은 물밑을 볼 수 있다. 10m가 넘는 물속이 훤히 비친다. 섬을 둘러싸고 있는 20여개의 기생 섬으로 향한다.

따개비, 산호, 돌미역 등 천연어종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몸통만한 해파리도 모습을 나타낸다. 숙련된 다이버가 작살창을 가지고 물에 들어가면 금새 돌돔, 우럭 등을 잡아올린다. 그 자리에서 썬 자연산 회를 초장에 찍어 소주와 함께 한입 들이키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선착장 앞에 위치한 홍도1구 해수욕장은 대표적인 몽돌해수욕장 중 하나이다.

몽돌에 구르는 파도소리를 벗삼아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이다. 섬 앞에 떠있는 선박들 사이로 뱃사공이 젓는 나룻배 한척이 다가온다.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그의 얼굴에는 만선의 기쁨이 넘친다. 부족할 것 없는 천연자원은 힘겨운 바다일마저 무디게 하는 힘이 있나 보다. 붉은 노을이 바다너머 떨어진다. 바다도 섬도 온통 붉은 빛이다.

/홍도=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가는 길

홍도와 흑산도는 전남 신안군에 속하는 섬들이다. 신안군은 좀 특이한 행정구역. 목포, 해남, 무안, 영광과 접하고 있는 754개의 무인도와 73개의 유인도가 신안군에 포함된다.

행정편의를 위해 목포시에 군청이 있는 것도 특징. 이 곳으로 여행하려면 목포를 기점으로 해야 한다. 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목포까지 간 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홍도나 흑산도를 가는 배편을 이용한다. KTX를 타면 목포역까지 3시간~3시간30분이면 도착한다.

목포에서 매일 오전 7시30분, 오후 1시20분 두 차례 흑산도를 거쳐 홍도로 가는 여객선이 다닌다. 흑산도 1시간50분, 홍도 2시간30분 소요. 홍도를 다녀오는 도중에 한차례 흑산도에 들르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왕복 성인 6만800원, 어린이 3만450원. 성수기(16~8월8일)에는 요금의 10%가 추가된다. 동양고속 (061)243-2111.

홍도의 해안을 둘러보는 해상유람선은 매일 오전 7시30분, 낮 12시30분 두차례 운항한다. 2시간30분 소요. 요금 성인 1만5,000원, 어린이 7,000원.

철도청과 비타민여행사는 서울에서 KTX로 목포에 도착, 쾌속선으로 홍도, 흑산도를 둘러보는 2박3일 상품을 23만1,500원(2인1실 기준)에 판매한다. (02)736-9111.

● 숙박시설

홍도의 대다수 숙박시설은 홍두1구에 밀집해있다. 대한여관(061-246-3788), 서해모텔(246-3764), 광성여관(246-2094), 유성여관(246-2500), 서울장(246-3713). 대다수 주민들이 민박을 겸하고 있다.

요금 2만5,000원~3만원, 성수기에는 1만원정도 추가요금이 붙는다. 홍도2구에는 신흥장(246-3767), 무궁화여관(246-3764), 석촌장(246-3776) 등이 있으며 사전에 예약을 하면 선착장에서 배편을 이용, 2구마을로 이동한다.

흑산도는 대부분 숙박시설이 예리항인근에 밀집해있으나 그다지 상태가 좋지 않은 편. 최근 흑산도수협에서 직영하는 흑산비치호텔이 문을 열어 그나마 사정이 좋아졌다. 객실 53개로 다소 여유가 있다. (061)246-0090. 유정장(275-9231), 영빈장(275-9382), 보영장(275-9131).

■홍도 가는 길-흑산도

어렵게 나선 길. 홍도만으로는 아쉽다. 흩뿌려진 듯 떠있는 다도해의 또 다른 진주를 방문할 방법은 없을까. 다행히도 홍도를 출발하는 배가 들르는 섬이 있다. 흑산도이다. 홍도와 뱃길로 30분 거리에 있어 흑산도와 연계관광이 가능하다.

흑산도는 이름만으로는 이미 국내 어느 여행지 못지 않은 지명도를 가진 곳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의 무대이자 식도락가가 즐겨찾는 메뉴중 하나인 홍어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목포에서 93㎞ 떨어진 흑산도는 전남 신안군내 섬 중에서 일찍부터 사람이 살던 곳이다. 완만한 경사에 구릉지가 많아 육지에서 먼 뱃길이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이어서 신라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한 흔적이 있다.

육지와 멀면서 사람이 살만한 곳. 그래서 유배지로도 유명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형인 정약전 선생과 면암 최익현 선생이 이 곳에서 유배생활을 보냈다. 물론 그들의 유배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이 오롯이 남아있다.

흑산도 여행은 예리항에서 시작된다. 인근 섬들이 포근하게 항구를 감싸고 있어 웬만한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섬에 내리면 택시와 버스가 관광객을 기다린다.

해안선을 따라 24㎞ 가량의 일주도로가 나있지만 비포장도로가 많아 일반 승용차로는 일주여행을 하기가 쉽지 않다. 4륜구동차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초령목(招靈木). 목련과에 속하는 나무이다. 영혼을 부르는 나무라는 이름답게 가지를 꺾어 불전에 놓으면 귀신을 부른다고 알려져 있다. 인근에 성황당도 마련돼있다. 희귀종이라고 하여 천연기념물 361호로 지정돼 있었지만 보존을 잘못한 탓인지 말라 죽고 말았다.

일주도로 여행의 백미는 꼬불꼬불 12번을 굽이치는 12구비도로. 예리항에서 상라봉으로 올라가는 곳에 있다. 8부 능선에 오르면 산 아래로 펼쳐지는 12구비도로와 해안절경을 볼 수 있다. 흑산도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이 곳에 흑산도아가씨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50~60대 장년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흑산도아가씨의 마음을 헤아릴 길은 없지만 노래에 얽힌 그들 나름대로의 추억을 곱씹느라 분주하다. 저절로 노래가락이 흘러나온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절벽이 아름답다. 대한민국을 닮은 지도바위를 비롯, 칠성동굴, 촛대바위 등 섬과 절벽의 어우러짐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흑산도는 지금은 쾌속선으로 2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지만 돛단배정도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옛날에는 육지까지 1~2주일은 걸려야 당도할 수 있었다. 코끝이 찡할 정도로 삭혀내는 것이 제 맛인 흑산도 홍어는 이런 환경적 배경에서 태어났다. 앞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육지에 내다 팔아야 하는 어부들에게 순풍만이 있었던 것은 아닐 터.

역풍이나 비바람을 맞으면서 육지에 도착하는 날이 늦어지면 생선이 모두 썩게 마련. 코를 찌르는 냄새가 진동을 했지만 끼니를 이을 먹거리라고는 생선이 유일했다.

억지로 먹는 과정에서 배탈이 났을 터지만 홍어는 달랐다. 비릿한 냄새가 심해질수록 그 맛은 깊이를 더했다. 홍어가 대표적 발효음식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어부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니 새삼 머리가 숙여진다.

요즘 흑산도 주민들은 즐겁다. 홍어 풍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때 홍어가 많이 잡히지 않아 1㎏에 15만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6~7만원선에 거래된다. 그래도 일반인이 구입하기에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수협중매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으면 조금은 싸다. 택배도 가능하다. 흑산도수협 (061)275-5033.

/흑산도=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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