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 시장을 위한 드라마냐’.한국의 대표적 기업인인 정주영ㆍ이병철 회장을 모델로 해 ‘특정 기업과 인물을 미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던 MBC 월ㆍ화 드라마 ‘영웅시대’가 첫 회부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 교통대란으로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시장을 연상케 하는 인물인 박대철(유동근) 의원의 역할이 지나치게 크게 부각했기 때문이다.
세기그룹 천태산 회장의 가신으로 평범한 직장인에서 세기건설 회장에까지 오른 전설적인 인물인 박대철 의원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전력과 빼 닮아있다.
문제는 유동근이 연기하는 박대철 의원이 천태산 회장의 넷째 아들로 그룹의 후계자가 된 사국(김갑수)의 자살사건에서부터 청문회까지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심인물로 등장하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박대철은 냉정하고 현명한 관찰자이자 세기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온 훌륭한 경영인으로 묘사, 1991년 KBS 2TV ‘야망의 세월’을 연상케 한다.
네티즌들은 ‘이명박 시장의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드라마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그는 마치 현대의 미래를 예견했던 인물로 나오고 있다” “자칭 대권주자라는 실존 인물이 지나치게 미화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판의 글을 올리고 있다.
한편 ‘영웅시대’는 자살을 전후한 정몽헌 회장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밀도 있게 표현한 배우 김갑수씨와 정주영 명예회장의 목소리와 제스처를 재현한 최불암씨의 연기력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김갑수씨 연기에 소름이 돋는다’ ‘최불암 선생님은 연기의 대가’ 등의 글을 ‘영웅시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이같은 논란과 화제 속에 ‘영웅시대’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전면에 배치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다.
5일 방영된 ‘영웅시대’ 1회의 시청률은 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으로 20.8%를 기록했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 회사인 TNS 미디어 코리아의 조사에서도 19.6%에 달해 ‘대장금’ 첫 회 시청률인 15.2%과 ‘불새’의 18.5%보다 높았다.
또 경쟁 드라마인 ‘장길산’이 50대 이상의 남성들이 주로 시청한 것과 달리 ‘영웅시대’는 30대 여성에게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 선 굵은 남성적 드라마가 등장인물들의 높은 지명도로 여성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이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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