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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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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촬영지가 인기 여행지로 부각되는 것이 이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드라마나 영화제작진에게 장소를 포함한 갖가지 지원을 약속하며 작품의 흥행 성공을 위해 무척 애를 씁니다. 관광객 유치에 명운을 거는 지자체가 적지않은 이상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 같지 않아 마음이 착잡합니다.홍도와 흑산도가 위치한 다도해에서도 지금 ‘섬마을선생님’이라는 TV드라마가 제작중입니다. 이 드라마를 위해 관할군청인 신안군이 꽤 많은 제작비를 댔다는 후문입니다. 덕분에 드라마 중간중간에 하태도, 홍도, 흑산도 등 신안군 관내 여러 섬들이 자주 비쳐집니다. 주민들도 이 드라마의 흥행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 드라마는 아직 그렇게 큰 인기몰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야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니 이 자체를 가지고 문제를 삼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성공여부를 제대로 가늠하지도 못한 채 “드라마나 영화와 손잡으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맹신하는 것은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자체가 흥행을 담보로 도박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신안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지자체에서 드라마를 이용, 관광활성화의 발판을 삼으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신안군 관내의 섬들은 여름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피서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부족한 관광인프라 때문에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인상을 흐리게 하고 있습니다. 섬의 특성상 열악한 숙박시설에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안내표지판은 그렇다쳐도, 관광안내책자마저 구하기 힘들 지경입니다.

여객선을 운영하는 일부 업주들의 횡포도 심각합니다. 주먹구구식의 검표작업으로 인해 곳곳에서 관광객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심지어 관광객이 영수증으로 보관해야 할 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2중으로 요금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있습니다.

몇 명을 더 끌어들일 지 모를 불확실한 것에 대한 투자보다 관광객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이른바 고객만족의 작은 서비스야 말로 도시를 떠나 멀리 섬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임을 왜 모를까요.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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