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에 비슷한 상호가 5개라니 말이 됩니까. 같이 죽자는 거지…."경북 구미시 인의동에서 '포촌치킨' 체인점을 운영하는 김광배(38)씨는 가게 바로 옆 '포천치킨'점을 지날 때마다 울화통이 치민다. 몇 번 실랑이 끝에 '도촌'으로 간판을 바꾸게 했지만, 배달 주문 전화안내에는 여전히 '포천'으로 나오는데다 번호까지 비슷하다. 구미에서 탄생해 전국 체인이 된 '교촌치킨'에다 최근 '또촌치킨'이라는 체인점이 가맹점 모집을 시작하자 참다 못한 김씨는 청와대에 민원까지 냈다. 군 제대 후 사업 시작 10개월째인 김씨는 "불황에다 유사상호 남발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닭고기 값은 치솟아 임대료 빼고 나면 적자"라고 한숨을 쉬었다.
대기업에서 퇴직하고 작년 6월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H건강식품 가맹점을 낸 최모(62)씨는 "위치가 좋다는 가맹본사 말만 믿고 아파트 상가에 문을 열었으나, 알고 봤더니 건강식품 수요가 전혀 없는 서민 임대아파트 단지였다"며 "가맹비는 이미 날렸고 장사가 안돼 권리금 1,000만원이라도 건지려고 내놓았지만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조기 퇴직과 취업난으로 동네 골목마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프랜차이즈(가맹사업) 업체들이 공멸하고 있다. 쌈짓돈을 털어 가게를 낸 창업자들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경기에다 본사의 사기성 권유와 불공정 거래에 두 번 운다. 가맹사업분쟁조정협의회 염규석 국장은 "최근 1년간 프랜차이즈 분쟁이 370여건에 달하는데다 사기를 당한 경우도 10건을 넘는다"고 말했다.
유명 연극인을 내세워 대대적인 광고를 했던 한 교육사업 프랜차이즈는 수십 개 가맹점이 도산했는데도 여전히 신규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다. 돈가스·소주방 등 5개 음식 브랜드를 갖고 같은 영업지역에 2∼3곳씩 가맹점을 남발하는가 하면, 브로커와 도우미까지 고용해 한탕 위주로 가맹점을 모집하는 '떴다방'식 사업자도 많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자본력이 부족한 가맹본사가 쓰러지면서 함께 도산하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 3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스낵 자판기 프랜차이즈업에 뛰어든 정모(44·여)씨는 "1대에 1,000만원 하는 자판기를 3대나 구입해 설치했지만 월 수입은 고작 30만원이고 고장도 잦다"며 "본사가 슬그머니 문을 닫아버려 보상 받을 길도 막막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과 박홍진 사무관은 "프랜차이즈의 70%는 가맹비만 챙기고 매출관리를 하지 않아 평균 2.1년이면 가맹점이 문을 닫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창업컨설팅회사 점포닥터 박균우 대표는 "소자본 창업은 서민들의 관심이 많은 분야이지만 파산이 속출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신기해기자 kh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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