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시대를 연 한국영화에 위기신호가 켜졌다. 6월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은 22개월 만에 최저로 뚝 떨어졌고, 서울관객 50만명을 돌파한 한국영화는 단 1편만 나왔다.상반기 영화제작편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축소 움직임을 둘러싼 정부와 영화인의 갈등은 점점 커지고 있고, ‘트로이’ ‘투모로우’ 등 할리우드 대작영화는 줄줄이 한국영화시장을 공습하고 있다.
영화투자사 아이엠픽쳐스가 내놓은 ‘2004년 6월 영화시장분석’에 따르면 서울 영화관객 378만4,470명 중 한국영화 관객은 127만1,190명으로 점유율 33.6%를 기록했다.
2002년 8월 29% 이후 22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 올 2월 75.5%로 최고를 기록했던 한국영화 점유율도 4월 58.8%, 5월 61.1%에 이어 전반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6월 관객 수만 살펴봐도 2001년 6월(20.8%)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다.
대작영화 중심의 제작시스템으로 인해 한국영화 제작편수도 크게 줄어들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올해 상반기 등급분류 통계에 따르면 한국영화 등급분류 편수(단편영화 포함)는 47편으로 지난해 상반기(65편)에 비해 18편이나 줄었다.
한국영화 등급분류 편수는 2001년 73편, 2002년 132편, 2003년 117편 등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해왔다. 반면 이 기간 외국영화는 지난해 99편에서 140편으로 늘었다.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할리우드 영화의 역습 또한 만만치 않다. 5월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의 ‘트로이’(서울 57만명)를 비롯해 ‘투모로우’(86만명) ‘슈렉2’(78만명) 등 할리우드 영화들이 모두 서울관객 50만명을 넘겼다.
이에 비해 6월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서 서울관객 50만명을 넘긴 영화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여친소ㆍ65만명) 단 한편 뿐. 김하늘 주연의 공포영화 ‘령’은 서울관객 23만6,000명에 그쳤다.
문제는 수치만이 아니라, 관객이 느낀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의 질이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급격히 떨어졌다는 점. ‘여친소’는 1일 현재 전국관객 230만명을 기록 중이지만, 전지현과 특정상품 홍보를 앞세운 졸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고, ‘나두야 간다’와 ‘페이스’는 각각 상투적인 조폭영화와 공포영화의 재생산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나마 개성 강한 소재와 연출력을 내세운 ‘바람의 전설’(35만명)과 ‘홍반장’(90만명)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흥행에 참패했다.
올해 하반기 개봉예정작도 최민식 주연의 ‘꽃피는 봄이 오면’ 등 몇몇 작품을 빼놓고는 지난해 ‘살인의 추억’이나 ‘올드보이’에 필적할 만한 작품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 대신 할리우드 영화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반헬싱’ ‘킹 아서’ 등 대작들이 줄줄이 상륙할 예정이다. 현재 370만명이 본 ‘트로이’는 7월 중 400만명 돌파가 확실해졌다.
아이엠픽쳐스 관계자는 “6월 영화시장을 분석한 결과 ‘실미도’와 ‘태극기…’의 영향으로 1~4월 폭발적으로 증가한 한국영화 관객수를 유지하는데 실패했다”며 “이같은 한국영화 점유율의 축소현상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스크린쿼터 축소논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필 4부조수연합회장은 “‘태극기…’같은 1,000만 관객동원 영화는 아주 특수한 경우”라며 “취약한 경쟁력을 감안할 때 한국영화는 언제든 대자본을 앞세운 할리우드 영화 앞에 고꾸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