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이라크가 임시정부를 띄우자 그 동안 뒷짐을 진 채 사태를 주시해오던 아랍권이 파병을 제의하는 등 앞 다퉈 '이라크 입질'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랍권의 파병은 이라크 임정의 불안한 입지, 아랍 각국의 복잡한 대미·쌍무 관계, 이 지역의 종족·종파 문제 등과 맞물려 그리 간단치는 않을 것 같다.
6일 현재 아랍권 내에서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겠다고 운을 뗀 국가는 요르단 예멘 바레인 등 3국. 하나같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간접적으로 이라크 독자해결을 지지해왔으나 이라크 임정이 뜨기가 무섭게 파병을 자청하고 나섰다. 물론 이들 국가들은 이라크 임정의 동의, 미군 주도 연합군이 아닌 유엔 다국적군 소속 등 나름대로 파병의 전제조건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파병 추진의 이면에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음은 쉬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되도록 많은 국가, 특히 아랍국가들이 다국적군에 참가해 이라크 재건의 구색을 맞춰주길 원하고 있고, 일부 국가들이 미국의 뜻을 실천에 옮겼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파병의 대가로 이들 국가에 전후복구 특수에 우선권을 주거나 별도로 경제지원을 보장했다는 설도 돌고있다.
그러나 경제적 실리와 미국을 앞세운 아랍권의 파병 움직임에 대해 이라크 임정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아랍권의 섣부른 개입은 치안 안정은커녕, 그렇지 않아도 '미 중앙정보국(CIA) 정권'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는 임정의 정치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르단 터키 시리아 이란 등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들이 파병할 경우 국내 종족·종파 문제와도 얽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라크가 지난해 11월 미국의 요청으로 추진된 터키의 1만 명 파병에 결사 반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감안한 듯 후시아르 지바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3일 "원칙적으로 (파병을) 환영하지만, 아랍연맹과의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랍의 친미 정권들은 1991년 걸프전쟁 등 미국이 주도한 지역 전쟁에 기지를 제공하는 등 간접 지원하긴 했으나 전쟁 상대국에 직접 군대를 파견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때문에 이란 시리아 등 미국과 껄끄러운 아랍 국가들은 시종 이라크 내 외국군대의 철수를 주장, 아랍권의 다국적군 참가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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