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만남의 역사인지 모른다. 세상에 태어나면서 부모와 만남이 시작되고, 형제 자매, 이웃과의 만남이 이어진다. 학교생활을 통하여 스승과 동창을 만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직장동료와 상사 후배 그리고 각계 인사들과 만남의 폭이 넓어진다.나는 66년 전 이세상에 태어나 부모, 형제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으며 결혼을 통하여 아내와의 만남으로 제2의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어 자식 며느리 손자손녀와의 만남이 연속되고 있다. 내 인생은 이런 만남을 통하여 성장과 성숙이 이루어져 이순(耳順)의 후반을 가고 있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는 내가 만난 분들의 사랑과 격려 지도와 충고가 있었기 때문이라 믿는다.
그 중에도 평생 잊지 못할 만남이 있다. 1962년 대학을 졸업하고 군에 입대하여 훈련을 마치고 육군본부 군수참모부장실에 근무하게 되었다. 그때 만난 분이 이민우(작고한 전 국방부차관) 장군이었다. 나는 그분을 모시고 그 분 댁에서 출퇴근하는 영외거주 군인이었다. 틈틈이 저녁시간에 그분의 따님들의 공부도 도와주고 가정사도 돌보며 그분 외출 시에 수행도 했다.
어언 세월이 흘러 33개월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제대하게 되었고 65년 한국화약(현(주)한화)에 입사하게 되었다. 제대 후에도 그분 내외분께서는 결혼할 때까지 자기 집에 있으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1년을 그 댁에서 숙식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 분 댁에서 4년을 지냈으니 한 집안식구나 다름없는 관계가 되었으며, 그 동안에 이 장군님의 모범적인 군 생활과 가정생활, 청렴하게 사시는 모습, 사병까지도 사랑으로 대해주셨던 모든 것들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어느 때인가 돈암동에 사는 어느 대령 댁에서 선물이 온 사실을 아시고 사모님께서 지나칠 정도의 꾸지람을 하시면서 당장 되돌려 주라는 엄명을 받고 통금시간 가까이 그 댁을 찾아 되돌려 주었던 일, 출근시간에 아마 군납업자였던 분이 댁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볼일이 있으면 사무실로 오지 왜 집 앞에 와서 서성대느냐"고 호통치던 모습이 생생하다.
조용하면서 자신에게 엄격하고 부하들로부터 존경 받던 덕장 이민우 장군! 5군단장 재임 중에는 우리 부부를 초청하여 땅굴견학까지 시켜 주셨던 이 장군님의 참사랑을 잊을 수 없다. 이 장군님 내외분의 은혜에 보답할 길은 없지만 지금까지 40년 동안 두분의 생신, 설과 추석에 정성 드린 조그마한 선물로 만남이 지속됐다.
지금은 이 장군님이 작고하시고 사모님 혼자 계시지만 그 일은 계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하려 한다. 나는 정말로 행운아다. 이런 좋은 분들이 있었기에 말이다. 내 일생동안 좋은 만남으로 잊을 수 없는 친구 선후배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 감사를 드리고 싶다.
/가갑손 청주백화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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