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할인혜택도 안 주더니 이제는 지하철 정기권에서도 차별입니까."경기 성남시에 사는 김모(34)씨는 요즘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에 따라 새로 책정한 버스요금에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고 있다. 김씨는 경기버스에서 지하철로 갈아탈 때마다 서울지역에서는 받을 수 있는 환승 할인혜택도 없이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각각 내야 해 속이 상해 있던 상황. 이 와중에 인천·경기지역 주민들은 15일 도입되는 서울지하철 정기권(3만5,200원)을 구입하더라도 서울시계 외 구간에 대해서는 별도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정말 기가 막혔다.
아무리 서울시의 교통정책이라지만 같은 수도권인 인천·경기지역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요금체계 개편에 마침내 화가 치민 것이다.
환승료 부담에 정기권도 못 쓰다니
경기도에 접수되는 도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역시 환승 할인문제. 사는 지역에 서울버스가 운행하면 문제가 없지만, 경기버스만 있는 지역은 환승할 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지하철을 탄다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 철도청의 반대로 지하철 정기권은 서울시계내 1∼8호선만 해당돼 국철을 이용해 서울을 오가는 수도권 주민들은 잔뜩 인상된 거리별 요금을 내야할 형편이다. 안양에 사는 이모(25·대학원생)씨는 "차 막히는 게 싫어서 전철을 타고 다니는데 다시 버스를 이용해야 할 것 같다"면서 "서울시의 교통정책이 졸속으로 판명났는데도 이 혼란을 중간에서 중재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혼란 뒤 더 큰 혼란 기다려"
지하철 정기권 도입으로 경기도 주민 사이에 요금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선 분당 주민들은 서울시내로 가려면 국철 요금을 내고 분당선을 타고 수서나 선릉까지 간 뒤 서울 지하철로 갈아타야 해 정기권 사용이 어렵다. 반면 일산 주민들은 갈아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정기권 하나만 있으면 된다. 서울 구간과 국철 구간을 오가도 환승을 하지 않으면 추가요금을 물리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지하철공사와 국철이 혼합운행하는 4호선의 안산지역 주민들도 사당역까지 갈 경우 환승하지 않고 직행하는 서울지하철공사 전동차를 타면 정기권을 사용할 수 있다.
경기버스 업계도 정기권 도입을 경계하고 있다. 서울버스와의 경합노선에 있는 경기버스들은 경쟁 때문에 이미 요금을 인하,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데 정기권이 도입되면 지하철에 10%가 넘는 승객을 더 뺏길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통합거리비례제를 도입한 서울시가 정기권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도입 취지는 물론, 수도권 교통정책이 한순간에 엉망이 돼버렸다"면서 "건교부에 조만간 조정신청을 내 서울 경기 인천 철도청, 건교부가 한자리에 모여 문제점을 해결할수 있는 자리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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