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문 공연장이 속속 생겨나 공연장 지형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의 노원구와 중구, 수도권의 안산·고양·안양·오산시가 각각 공연장을 건립함으로써 서초동 예술의전당 등 서울 강남에 집중됐던 관객이 분산되고, 지역주민의 문화욕구에 부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이들 시설은 각 지방 문예회관 등 지자체가 만든 기존 공연장이 대부분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처음부터 전문공연장으로 짓고 운영하는 게 특징. 조명·음향 등 무대설비는 물론 공연기획과 무대기술 인력까지 제대로 갖춰 출발하고 있다.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고양시의 프로젝트. 고양의 덕양구와 일산구에 덕양어울림누리, 일산아람누리라는 이름으로 5개의 실내 공연장을 포함한 대규모 문화체육 복합시설을 짓고있다. 덕양어울림누리는 2개의 극장 외에 아이스링크·체육관·수영장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1차로 오는 9월 대극장(1,218석)과 소극장(374석)이 문을 연다. 특히 2006년 개관 예정인 일산아람누리 내 공연장은 시설과 규모가 서울 예술의전당과 맞먹는 국내 최고 수준. 오페라극장(2000석), 콘서트홀(1500석), 실험극장(350석)이 있으며 특히 콘서트홀에는 서양음악 뿐 아니라 놋쇠나 대나무, 질그릇 소리 등 우리네 전통적 음색을 낼 수 있는 한국형 파이프오르간이 국내 처음으로 설치된다.
고양시는 이들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고양문화재단(총감독 이상만)을 설립했다. 현재 공연기획과 무대기술의 베테랑 40여명이 모여 개관 준비에 한창이다.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 초청공연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개관 축제를 펼친다. 일산아람누리까지 완성되면, 서울 북부 관객들이 상당수 고양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10월에 개관하는 안산 문화예술의전당도 규모가 크다. 대극장(1,626석), 중극장(698석), 소극장(130석)을 갖췄다. 일단 시가 직영하지만, 2년 안에 재단법인을 만들어 민간운영체제로 전환할 계획. 4월에 문을 연 오산문화예술회관(대극장 860석, 소극장 214석), 9월에 개관하는 안양 평촌아트홀(637석)도 각각 최고의 시설을 자부하고 있다. 평촌아트홀은 전문연주장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이에 질세라 서울의 자치구들도 저마다 공연장을 만들고 있다. 6월에 문을 연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은 서울 북부에 들어선 전문 공연장 1호. 한꺼번에 90명이 출연할 수 있는 상하좌우 이동식 무대와 20여명이 들어가는 오케스트라석까지 갖춘 대극장(616석)과 소극장(292석)이 있다. 발레, 음악, 연극 등으로 20일간 개관축제를 했는데, 국립발레단 공연이 인터넷 예매 30분 만에 매진되는 등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서울 중구도 대극장(769석)과 소극장(309석)을 갖춘 중구문화체육센터를 내년 봄 개관한다. 자치구로는 처음으로 문화재단까지 설립해 운영한다. 이밖에 내년 가을 문을 여는 용산의 새 국립박물관에도 879석, 430석의 2개 극장이 생기고, 상업용으로 쓰이던 명동의 옛 국립극장이 리모델링을 거쳐 2006년 말에는 750석의 극장으로 거듭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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