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도 한국에선 성공하기 어렵다"는 한 벤처기업인의 단언은 정보통신(IT)강국을 자처하는 정부와 관련업계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IT기업인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의 말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2만달러시대를 위한 두 가지 키워드'란 제목의 글에서 시장환경과 정부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지식정보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그의 진단과 처방은 정신없이 내달려온 정부와 기업인,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 아래 벌어지는 불법복제, 중소 벤처기업의 입지를 빼앗으면서도 경쟁력 없는 기업의 퇴출을 막는 시장환경, 소프트웨어 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든 키워드가 제조업과 위험감수(risk taking)였다면 2만달러 시대를 맞기 위해선 지식정보산업과 위험관리(risk management)가 새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제조업으로는 중국과 경쟁할 수 없기에 소규모의 산업육성으로도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수입 대체효과도 뛰어난 지식정보산업의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안 사장의 방향 제시는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다. 말로만 지식정보강국을 외쳤지 오히려 이 산업을 위축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을 정부는 부끄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 벤처기업인의 절규는 지식정보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불법복제와 가짜가 판치는 사회에서 세계적 기술로 일류 상품을 만들어 내더라도 일류기업으로 커 나갈 수 없다. 우리 경제를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선 일류기업이 자랄 수 있도록 우리 토양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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