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재옥아!"35년이라는 긴 세월을 헤어져 살아야 했던 형제가 영화 속 주인공처럼 극적으로 재회했다.
6일 오전 전남 목포경찰서 생활지도계 사무실 옆 벤치. 어린시절 헤어졌다가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만난 두 사람은 첫눈에 '형제'임을 알아보고 말문을 잃은 채 부둥켜 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목포경찰서의 주선으로 극적으로 상봉한 주인공은 최치영(46·경기 군포시)씨와 김정호(41·광주 북구·본명 최재옥)씨.
이들의 만남은 40여년간 섬에 감금된 채 노예처럼 살아온 '올드보이' 장모(49)씨의 사연이 최근 TV를 통해 방송된 것이 계기가 됐다.
최치영씨 가족은 당시 길을 잃어버린 장소와 상황이 너무 비슷해 장씨가 동생이 아닌가 하고 목포경찰서를 찾아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 두 사람은 가족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고 최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또다시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우연히 이 방송을 지켜보던 동생 김씨의 아내 강영순(35)씨가 남편과 너무 닮은 최씨를 보고 '가족'임을 직감했다. 아내의 말을 들은 김씨가 목포경찰서에 최씨가 헤어진 형님같다고 연락을 해와 이날 극적인 만남이 이뤄진 것. 두 형제의 비극적인 이별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재옥'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섯살 난 소년이었던 김정호씨는 할아버지와 함께 목포에 있던 아버지(70·전남 보성군)를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타고 목포역에 왔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이후 김씨는 영암과 장성에 있는 고아원 등을 전전하면서 성과 이름이 바뀌었다.
김씨는 그리움에 사무치는 가족을 찾기 위해 TV의 가족찾기 프로그램과 인터넷 등을 통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가족을 찾아야 한다'는 김씨의 간절한 소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내가 우연히 최씨의 사연을 담은 TV프로를 본 덕분에 35년간 가슴에 묻어뒀던 이산의 아픔을 떨쳐버리게 됐다.
두 형제는 이날 외숙모와 사촌 등 10여명의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격의 만남을 가졌다.
형 치영씨는 "그동안 가정형편이 어려워 동생을 찾을 겨를이 없었는데 이제야 소원을 풀었다"며 "동생 이름도 찾고 호적도 정리해야겠다"며 감격했다.
정호씨도 "그토록 애타게 찾던 가족을 만난 것이 거짓말 같다"며 "당장 고향에 달려가 아버지를 뵙고 싶다"고 말했다.
가슴속에 사무친 이산가족의 아픔을 떨쳐버린 두 형제는 동반한 가족과 함께 아버지가 사는 고향 보성으로 달려갔다.
한편 이번 만남의 계기가 됐던 올드보이 장씨는 목포의 한 수용소에서 가족들을 기다리며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목포=김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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