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휴대폰에 음성메시지가 왔다. 그런데 발신시간이 3일후 오후11시4분, 발신자는 자기 자신. “이게 뭐야?”라는 궁금증을 뒤로 하고 친구는 3일후 바로 그 시간에 전철에 치어 즉사했다. 계속해서 메시지를 받은 친구들이 모두 죽는다. 그러다 드디어 내 휴대폰에도 내 목소리의 메시지가 도착했다.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일본영화 ‘착신(着信)아리’는 문명의 이기 휴대폰을 끔찍하게 재해석한 미스터리 스릴러물. 과연 어떤 원리로 휴대폰에 자신의 목소리가 담기게 됐는지를 캐나가는 점에서는 미스터리 영화이고, 죽음의 그림자가 슬금슬금 주인공에게 다가온다는 점에서는 전형적인 스릴러물이다.
그러나 휴대폰 공포는 관객을 유혹하는 미끼. 영화는 대신 유아학대, 집착, 낙태, 폐쇄공포 등 스릴러물의 온갖 소재를 총동원했다. 천장에 매달린 귀신, 다락방 문틈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팔 등 공포영화의 친숙한 코드도 반복된다.
그러나 영화는 어린시절 어머니로부터 학대 받은 여주인공 유미(시바사키 코우)의 과거가 들춰지면서부터 거의 해석불능에 빠진다. 어머니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동생을 학대한 또 다른 꼬마 여주인공 미미코의 존재도 의문스럽기 짝이 없다.
도대체 옛 병원에서 불타 죽은 그 좀비 같은 여성은 누구이며, 심지어 유미가 결국 죽은 건지 산 건지조차 애매모호해진다. 휴대폰에 얽힌 사연은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다.
감독은 ‘공포영화는 무서워야 한다’는 너무나 상식적인 원칙에 집착했다. 아직도 결말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한국영화 ‘장화, 홍련’처럼, 이 영화도 관객의 적극적인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유미가 식칼을 뒤에 숨긴 채 미소를 짓는 것으로 볼 때 그녀는 죽었다, 옛날 사진의 옷 차림새로 봐서는 좀비는 미미코의 어머니다, 이런 식의 논란을 의도적으로 노린 영화다. 15세 관람가. 9일 개봉.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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