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에게선 첫 대면부터 차가운 듯한 인상을 받기 마련이다. 더욱이 교육부 장관시절 교원정년 단축 등을 강행해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 전력을 떠 올리면 이런 이미지가 더욱 강해진다.그런 이 총리가 달라지고 있다. 취임한 뒤 일주일 가량 지난 5일 총리실 직원들의 이 총리에 대한 평가는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취임과 함께 곧 인사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직원들의 위기감도 제법 진정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사무실을 순시하면서 "너무 더운 것 아니냐"며 근무환경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줘 각 부서에서 " 생각보다 부드럽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정부중앙청사는 에너지 절약 방침으로 냉방온도를 28도로 유지하고 있다.
이 총리는 한술 더 떠 기자실에 들러 "호프(생맥주)미팅을 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호프미팅'은 전임 고건 총리 시절 총리와 기자들이 매달 한 번 생맥주를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던 모임이다. 이 총리는 취임 간담회 때 기자들이 호프미팅의 속개를 제안하자, "호프타임이 뭐죠. 아 맥주…난 나한테 무슨 희망을 준다는 얘기인 줄 알았네"라고 말해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냈었다.
부드러운 모습은 실제 업무에서도 감지된다. 정무를 챙기는 총리답게 야당에도 유화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박근혜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는 "민주화운동을 할 때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한쪽 면을 맹렬히 비판했었지만 지나고 보니 박 전대통령의 경제적 성과 없이 이렇게 못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박 대표를 의식해 박 전대통령을 걸고 넘어지는 우리당과 일단 선을 긋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도 총리실 직원들은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느낌이다. 이날만 해도 사무실을 순방하면서도 직원들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말 한마디 나누는 적극성은 부족했다.
한 측근은 "의도적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며 "이 총리가 이미 오래 전 부드러워졌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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