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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작가 각색 희곡 '분노의 세월' 한국어판 출간 맞은 조정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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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작가 각색 희곡 '분노의 세월' 한국어판 출간 맞은 조정래씨

입력
2004.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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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가르침처럼 재능과 땀이 보상 받는 경우란 흔치 않다. 그게 정의(正義)라고 적고 있는 책 주변 세상에서조차 그 같은 정의는 무기력한 당위이기 일쑤. 그런 면에서 소설가 조정래씨는 복 받은 작가다. 이미 '불놀이'가 영어와 불어로, '유형의 땅'이 영·불·독일어로, '태백산맥'이 일어로, '아리랑'이 불어로 완역 출판됐거나 작업이 진행중이다. 거기다 '아리랑'을 희곡으로 각색한 작품 '분노의 세월'이 5월 프랑스 현지에서 출간됐고, 이번에 한국어판(해냄 출판사)이 나왔다. 러시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번역도 진행중이고, 뉴욕의 한 세계적 오페라극단은 영어 오페라로 개작해 내년쯤 세계 공연에 나설 참이란다.4일 서울 인사동에서 한국어판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생면부지의 프랑스 작가 피에르 테르지앙(시인이자 극작가)씨가 원고지 2만매 분량의 대하소설을 750매로 축약한 작품에 대한 작가의 첫 느낌은 어땠을까.

"한국 역사에 대한 이해가 깊고, 핍박의 역사를 경험한 인류 보편의 서러움과 분노가 잘 집약됐다는 느낌이더라. 물론 100% 만족은 못하지만…"

그는 '번역은 반역'이라는 영국 속담을 인용하며, 소설 속의 장면 대여섯 부분이 누락된 점을 아쉬워했다. "조선 사람들 왼쪽 가슴에 과녁 표를 매달고 총을 쏘는 장면 같은 건 들어가야 한다." 그는 작가와 상의한 뒤 보충할 참이라고 했다. 희곡은 내년 5월쯤이면 연극으로 만들어져 초연될 전망.

―희곡에 대한 프랑스쪽 반응은.

"현지 배우들이 역할을 나눠 작품을 낭독하면서 울먹이더라. 제국주의 일본의 실체를 너무 몰랐다는 얘기도 하더라.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 대목과 관련, 테르지앙씨는 소설 '아리랑'을 두고 "이 작품은 내게 '폭탄'이었다"며 미국에 의해 자행된 아프리카 흑인의 노예거래 실상을 폭로한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에 비유한 바 있다.

―번역이 쉽지 않았을 텐데.

"사투리가 프랑스 현대 표준어로 번역됐고, 희곡 원작자를 존중해 한국어판도 표준어를 썼다. 200여 명의 원작 등장인물이 20여명으로 줄어든 대신 희곡작가가 창조한 성처녀 '춘향'과 '투사(鬪士)'라는 상징적 인물이 투입됐다. 소설에서 극도로 절제된 애정 표현 등이 그 쪽 정서에 맞게 다소 바뀌었다. 모두 작품의 주제를 선 굵게 내보이기 위한 기법으로, 변질이 아닌 변화다."

―'아리랑' 오페라 계획을 좀 더 자세히….

"내달 말 그 쪽(미국 유리비스 오페라단)에서 방한할 예정인데, 그 때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된다. 20년쯤 된 오페라단이라는 데 세계 공연을 다니는 팀인가 보더라. 이와는 별도로 '태백산맥'에 대한 희곡화 제의도 받았다."

1990년 12월11일 본보 연재를 시작한 '아리랑'은 굽이굽이 대륙을 넘고, 태평양을 넘어 한국 문학의 희망가로 퍼져나갈 모양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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