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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결국 정치가 '安風'에 놀아난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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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결국 정치가 '安風'에 놀아난 꼴

입력
2004.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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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 예산을 신한국당 선거자금으로 전용했다는 이른바 안풍 사건 항소심이 관련 피고인의 안기부 돈 횡령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문제된 자금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 YS 비자금으로 추정되며, 국고를 축냈다는 이유로 국민적 분노를 부른 안풍 사건은 애초 실체가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 상고절차가 남았으나, 3년여 동안 민심과 정치를 흔든 사건이 허망한 결말에 이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착잡하다.항소심 판결은 한나라당의 도덕적 기반을 부정한 원죄와 같은 굴레가 가공의 허상이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검찰은 DJ 정부 때인 2001년, 김기섭 전 안기부 차장이 안기부 돈 1,197억원을 빼내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에게 준 혐의로 기소했고 1심 법원은 이를 대체로 그대로 받아들였다. 당시에도 정치권과 시중에서는 YS 비자금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으나, 법원은 YS 측근인 김기섭 피고인의 진술을 토대로 확증 없이 판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권이 정치적 고비마다 한나라당의 부도덕성을 공격하는 빌미로 이용한 이 사건은 최근 총선 정국에서도 예외 없이 부각됐다. 강삼재 전 의원이 항소심에서 태도를 바꿔 YS 비자금이라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한나라당사 가압류 방침을 밝혀 새삼 이슈화하는 데 이바지했다. 물론 사건이 실체와는 엉뚱한 모습으로 국민을 농락하기에 이른 원초적 책임은 김 전 대통령에게 있다.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노라고 공언했던 그는 법률적 책임 여부를 떠나 국민에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러나 검찰과 정치권의 책임 또한 무겁다. 처음부터 YS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사건을 무리하게 끌고 오면서 민심과 정치에 그릇된 영향을 준 것을 이제라도 반성해야 한다. 특히 검찰의 대응 자세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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