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의 클린 룸 설계와 운영, 청정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FI(Fab Integration)그룹 김왕근(43·사진) 그룹장의 별명은 '먼지박사'다. 먼지의 생리와 행동패턴을 훤히 꿰뚫고 있어 제 아무리 빠르고 작은 먼지라도 그에게는 꼼짝없이 잡히기 때문이다.김 그룹장은 "먼지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반도체 회로의 정상적인 작동을 가로막기 때문에 반도체에는 치명적"이라며 "1GB D램을 만드는 첨단반도체 공장은 청정도가 보통 '클래스 1'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클래스 1'은 1입방피트(30㎝갽30㎝갽30㎝)에 0.1미크론(1㎛=100만분의 1m) 크기의 먼지입자가 1개 이하인 상태. 서울시의 7배 만한 면적에 500원짜리 동전하나가 떨어져 있는 것과 비슷하다.
반도체 산업 초기에는 먼지제거를 위해 99.97%의 여과율을 가진 '헤파필터'가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99.9999%의 여과능력을 지닌 '울파필터'가 쓰인다. 또 일반 먼지 외에 질소화합물, 황화합물, 암모니아 가스, 오존, 탄화수소 등 대기오염과 관련 있는 환경오염원도 제품의 불량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수화합물 섬유로 처리된 암모니아 가스필터, 오존필터 등을 이용해 제거된다. 때문에 FI그룹에는 공기오염, 가스, 열 유체공학, 분야 등에 걸쳐 석·박사 및 전문가 60여명이 모여있다.
김 그룹장은 "반도체 공정에서 요구되는 정밀함을 감안하면 근무자들이 두 눈만 내놓은 채 방진복으로 중무장을 하고 여성들의 화장이 엄격히 금지되는 것은 물론, 생산라인 안에서 대화도 금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입에는 반도체 칩이 가장 싫어하는 불순물이 수십 종 존재하는데 침 분자의 확산거리가 일상 대화 때는 2m, 큰소리로 작업지시를 할 때는 3∼4m, 재채기할 때는 4∼7m에 달한다. 때문에 반도체 라인 안에서는 과거에도 스프링이 없고 오염도가 낮은 잉크를 쓰는 볼펜과 먼지를 내지 않는 특수종이를 통해 대화를 해왔다고 한다. 요즘에는 먼지를 전혀 내지 않는 '깨끗한 통신수단'인 PDA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김 그룹장은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이어가려면 미국 미네소타대학이나 일본 동북대학 등이 10여년 전부터 연구하고 있는 '미세오염 기술(Micro Contamination)'을 독립된 학문분야로 정착시켜 우수인력을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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