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볼거리가 많지 않았던 옛날, 절에서 올리는 재(齋)는 큰 구경거리였다. 의식절차에 따라 스님들이 악기를 울리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면, 조용하던 절간이 잔칫집처럼 되곤 했다. 하루 안에 마치는 간단한 재도 있지만, 죽은 이를 천도하는 영산재는 사흘씩 했다. 절 마당에 괘불을 걸고 불단을 차려 온갖 음식과 화려한 종이꽃으로 치장한 것도 볼 만했다.불교의식인 재를 올릴 때 부르는 노래는 ‘범패’, 춤은 ‘작법’, 불단 치레는 ‘장엄’이라 한다. 판소리, 정가와 더불어 우리나라 전통 성악곡을 대표하는 범패는 춤과 노래, 음악이 어우러지는 악가무 형식이다.
민요로 인기있는 ‘회심곡’도 범패의 한 갈래인 화청ㆍ축원에서 나왔다. 작법으로는 양손에 꽃을 들고 추는 나비춤, 작은 구리 심벌즈인 바라를 치며 추는 바라춤, 큰 북을 두드리며 추는 법고춤 등이 있다.
국립극장이 17~21일 범패 페스티벌을 연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범패를 모았다. 각 사찰과 단체의 스님들이 참가, 야외무대인 하늘극장에서 매일 저녁 7시 30분부터 1시간 반 동안 중요 부문만 압축해 공연형식으로 선보인다. 민요나 음식이 그렇듯 범패도 지역마다 음악과 춤이 조금씩 다르다.
또 인천 구양사의 능화스님이 호국영령에게 올리는 재로 다듬은 현충재는 어려운 한문 가사를 우리말로 풀어 부르고 일반인까지 참여하는 대중적 작법으로 구성, 현대 대중포교용으로 거듭난 재이다.
국악학자 송혜진(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은“범패와 작법에는 수많은 문화사의 코드와 상징이 들어있어 범패 공연을 제대로 감상한다면 알찬 문화교과서 한 권을 독파하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장엄하고 화려하며 흥겹기조차 한 범패와 작법을 실컷 보게 되었다. 이번 범패 페스티벌은 국립극장 기획 ‘민족문화의 원류를 찾아서’의 첫 무대이다. 내년에는 굿 페스티벌을 연다.
/오미환기자
◆범패 페스티벌 일정
▲17일=서울 영산재(조계종 전통의식연구원)
▲18일=전라도 영산작법(영산작법보존회)
▲19일=영남 불모산 영산재(불모산영산재보존회)
▲20일=조계종 젊은 스님들의 범패와 작법(조계종 불교어산작법학교)
▲21일=인천 현충재(범패와 작법무 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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