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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지나친 '양심고백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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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지나친 '양심고백 강요'

입력
2004.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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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5일 온종일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때 찬성표를 던졌다는 소속 의원들의 고백과 참회의 글이 줄을 이었다.열성 평당원들이 소속 의원 전원을 상대로 지난 번 표결에서 어느 쪽에 투표했으며 반대표를 던진 의원에게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지를 묻는 질의서를 작성, 2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배포한 뒤 4일 자정까지 우리당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답변을 올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체포동의안 부결에 화가 난 평당원들이 반대표 색출작전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김원기 국회의장과 이해찬 총리 등 15명이 당시의 기표 내용을 이미 공개했고 5일에도 20여명의 의원이 "늦어서 죄송하다"는 글까지 첨부해가며 잇따라 답변을 올렸다. 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찬성표를 던지고도 아직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은 한 초선 의원은 "양심고백을 하라는 데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며 "인사에 관한 사항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한다는 국회법까지 뭉개버리고 '여론재판'을 하겠다는 것은 좀 지나치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또 노영민 의원은 "양심에 따른 자유투표"라고 했고 유시민 의원도 "무기명 비밀투표의 내용을 밝히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선거에서 지지해준 정당의 일부 의원들이 엉뚱한 짓을 한 데에 화가 나는 평당원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인민재판하듯이 양심고백하라는 것은 '열린 정당'을 표방하는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과는 어긋나 보인다. 당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당원들이라면 차라리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꺼려하는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만은 기명투표토록 법을 바꾸라고 채근하는 게 옳지 않을까.

/김성호 정치부 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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