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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어릴 적 중랑천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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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어릴 적 중랑천의 추억

입력
2004.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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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서울 중랑천 자전거도로는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항상 활기가 넘친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운동과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은 그곳을 걷다 보면 마음 한구석에서부터 아련히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어릴 적 중랑천 풍경들이다. 내가 살던 동네는 과수원과 밭이 많아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곳이다.특별한 놀이시설이 없던 그때 숯을 만드는 가내 공장들이 즐비했던 둑방 밑 둔치는 자연과 한데 어우러진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여름방학 때면 이른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이슬에 날개가 젖어 날지 못하고 푸득거리는 잠자리와 메뚜기들을 잡으며 놀던 넓은 풀밭이 있었고 추운 겨울에는 꽁꽁 언 빙판이 있어 마음껏 썰매를 타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양쪽으로 동부간선도로와 자전거도로가 생기고 상류에서 내려온 모래로 인해 강바닥이 얕아져 예전의 모습들은 상상할 수가 없지만 그때는 학교를 가려면 강의 양쪽에 연결해 놓은 밧줄을 잡아당기며 가는 줄 배를 타야 했다. 버스도 안 다니고 그나마 나무로 만든 다리도 너무 멀었기 때문이다. 줄 배는 오전 오후 통학시간의 학생들 이외에는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가끔 건너야 할 일이 생기면 직접 사공 집을 찾아 부탁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거나 불평을 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이 느긋했고 여유가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학교로 향하는 풀숲을 지나다 보면 간혹 잔디밭처럼 다져진 풀이파리 사이로 삐죽 나와 있는 삐비를 뽑아 먹는 재미도 색다른 추억이다. 솜처럼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맛 때문에 입술이 까맣게 되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맛보던 그 삐비도 이제는 공해로 인해 두번 다시 맛볼 수 없게 됐다. 시원스럽게 달리는 자동차들 만큼이나 중랑천 주변의 모습은 짧은 기간 너무나 빠르게 변해버린 것이다.

모든 것이 편리해지다 보니 덩달아 삶의 방식까지도 빨라진 세상이 되었지만 대신 오래오래 추억으로 간직할 만한 것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앞선다.

한결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그 때의 추억들은 그래서 더욱 오래도록 잊지 않고 간직할 것이다.

/장주현·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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