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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맛좋고 살찔 걱정없는 한국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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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맛좋고 살찔 걱정없는 한국음식

입력
2004.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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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서울 마포에서 저녁을 먹었다. 마포 뒷골목은 사방의 고깃집에서 풍기는 냄새가 진동했다. 우리 일행은 허름한 집에서 드럼통처럼 생긴 화덕에 돼지껍질을 구워먹으며 소주 한 잔 했다. 생긴 것은 좀 징그러워도 막상 구워먹으니 의외로 맛있었다. 한국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이다.러시아는 추운 나라이어서 먹을 것이 그다지 풍부하지 못하고, 주로 감자와 고기를 주식으로 한다. 긴 겨울동안에 먹을 수 있는 야채는 양배추절임이나 오이절임이 고작이며, 양념류도 별로 발달하지 않았다.

그러니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들은 마늘과 고추로 대표되는 자극적인 양념이 듬뿍 들어간 한국음식을 좋아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러시아에 간 한국사람들이 러시아에는 먹을 것이 없다고 불평하는 게 이해가 된다.

처음 며칠 러시아 음식을 먹다가 결국은 염치불문하고 레스토랑의 스테이크에 고추장을 발라 먹는 분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그런데 한국음식에 고추가 쓰여진 게 임진왜란 직후로 몇 백년 되지 않았다니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하긴, 러시아에도 감자가 들어온 건 100년 조금 넘지만, 지금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한국에는 신기한 음식이 많다. 내가 먹어본 것만 해도 개고기, 번데기, 푹 삭은 홍어회, 돼지껍질, 곱창 등인데, 아마 이런 얘기를 러시아에서 하면 친구들은 나를 보고 슬슬 피할 것이다. 한번은 '갈매기살'을 시키길래 갈매기는 맛이 어떨까 기대했는데, 돼지고기가 나와서 웃은 적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사람들은 참 많이 먹는다는 점이다.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하루에 세끼를 먹고 중간에 간식도 먹으며, 밤참도 많이 먹는다.

밥 한사발에 국 한그릇을 먹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또 출출하다며 간식을 찾는 모습은 참 신기하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에는 너무 양이 많아서 밥을 남기곤 했는데, 한국 친구들은 한국 음식이 입에 안 맞는 것인지, 어디가 아픈 것인지 걱정들을 하곤 했다.

그렇게 먹어도 한국에서 뚱뚱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요즘 한국에서도 비만환자가 증가한다고 하는데, 서양식 패스트푸드 때문이라고들 한다. 하긴, 주변에서 밥하고 김치 많이 먹어서 살 쪘다는 사람은 못 봤다. 이래저래 한국음식은 맛도 좋지만, 많이 먹어도 살찔 걱정은 별로 안해도 되니 좋다.

/아나스타샤 수보티나 러시아인/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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