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프랜차이즈들은 해당 지역의 상권을 분석하기보다 본사에서 정한 정형화된 외관 및 인테리어, 브랜드 등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경우가 허다했다.그러나 최근 들어 지역이나 상권에 따라 고객의 수요 등의 특성이 뚜렷이 차별화되면서 같은 프랜차이즈라도 그 상권에 맞는 서비스를 특화하거나 아예 브랜드 이름까지 바꾸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소위 ‘카멜레온 프랜차이즈 마케팅’ 방식이라고 부른다. 카멜레온처럼 해당 지역의 특성이나 상권 등에 따라 변화를 모색해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마케팅 기법인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와인전문기업 ㈜와인나라가 펼치고 있는 가맹점 사업이다. 와인나라는 지난 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맹점 사업을 벌여 현재 서울 뿐 아니라, 수원, 분당, 광주, 진주점까지 문을 열었다. 올 연말까진 가맹점이 20개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와인나라가 불경기 속에서 빠른 속도로 가맹점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웰빙’ 열풍으로 와인 소비가 늘어난 데도 이유가 있지만 상권의 특성을 정확히 분석, 상황에 맞는 ‘카멜레온’ 스타일의 가맹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
중산층 이상이 밀집해 있는 서울 방배동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압구정동 지역에서 ‘와인’ 에다 ‘베이커리’를 숍인숍(shop in shop) 방식으로 접목한 가맹점 형태인 ‘비니위니’ 브랜드로 문을 열었다.
이를 위해 베이커리 전문숍인 정글짐 브랜드를 인수, 와인과 어울리는 다양한 빵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역 상권에서 조금 떨어져있거나, 시장이 아직 형성돼 있지 않은 곳은 와인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와인나라 아울렛’ 형태를 도입했다.
분당 서현점과 수원신영통점이 대표적이다. 두 곳 역시 유동인구 등 몇 가지 면에서 그리 썩 좋은 상권은 아니지만 찾아오는 고객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와인 초보자들을 위한 와인 교육을 함께 펼쳐, 단골 고객 확보에 성공했다.
서울 청담동이나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등 고급스러운 고객들이 몰리는 지역에는 격조 있는 분위기에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르클럽드뱅’ 브랜드를 내걸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르클럽드뱅’은 CEO 와인클럽 등 고객에 맞는 이벤트를 마련 일종의 사교 공간의 역할도 해내도록 만들었다.
냉면체인 브랜드인 ‘산봉’도 카멜레온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직장인이 많이 몰리는 서울 파이낸스빌딩과 여의도에서는 냉면 하나 브랜드만을 내놓으면서 물의 깨끗함을 강조하는 ‘산봉수냉면’ 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내 호응을 얻고 있다. 규모도 그렇게 크지 않은 30평대로 잡았다.
젊은 층이 많이 몰리는 압구정동에서는 저녁 손님을 위해 브랜드 이름을 ‘산봉화로구이’로 바꿨다. 넓은 곳을 선호하는 젊은 층을 위해 2층 규모의 60평대 이상으로 만든 반면 음식의 가격은 1만원대 미만으로 조정,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췄다.
보쌈으로 성공을 거둔 ㈜놀부도 보쌈, 부대찌개, 솥뚜껑삼겹살, 유황오리진흙구이, 순대국밥, 한판석쇠구이 등 아이템을 6개로 세분화해 상권에 맞는 브랜드를 가맹점주에게 제안하고 있다. 지역별로 선호하는 아이템을 가맹점주가 선택해 특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식으로 유명한 동천홍도 최근 홍대 지역에 입점하면서 기존 중국식당 분위기에서 이 일대 젊은 층들을 잡기 위한 카페 인테리어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세계적인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가 한국 인사동에 들어오면서, 최초로 한글로 된 간판을 내 건 것도 지역 특성과 고객들의 기호를 사전에 파악한 ‘카멜레온 마케팅’의 일환이다.
㈜와인나라 김혜주(33ㆍ여) 마케팅 팀장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고객들의 입맛이나 기호도 점점 세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카멜레온 마케팅은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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