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한국인의 육류소비 행태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지갑이 얄팍해진 소비자들이 보다 싼 가격에 보다 많은 양의 고기를 먹으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한우 가격은 폭락하는 반면 돼지와 닭, 오리의 산지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5일 농림부와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불황에 따른 소비침체로 연초 500만원이던 한우 산지가격(암소 500㎏ 기준)이 6월초에는 411만원으로 89만원(17.8%)이나 하락했다. 이는 한우 소비가 예년의 3분의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5월말 산지 한우 사육두수가 162만마리로 3개월전보다 10만6,000마리나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산지 돼지값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5월말 산지 돼지값(100㎏ 기준)은 25만2,000원으로 지난해 5월(18만9,000원)보다 33%나 올랐다. 산지 공급이 소비 증가를 쫓아가지 못해 5월말 현재 사육두수가 901만마리로 지난해 5월보다 0.4%나 줄었기 때문이다.
조류독감 파동으로 폭락했던 닭값과 오리값도 급등세다. 지난해말 ㎏당 600원에 불과했던 식육용 산지 닭값이 6월말에는 두 배 이상 오른 1,3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오리 산지가격도 6월초까지만 해도 생산비(㎏당 1,500원) 이하였으나 중순 이후 생산비 수준으로 회복, 정부가 조류독감 파동 당시 사들인 수매물량의 방출을 고려할 정도이다.
쇠고기 소비가 급감하는 대신 돼지, 닭, 오리고기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서민층을 중심으로 가격이 싸면서도 양이 많은 육류로 소비패턴이 바뀌고 있기 때문. 실제로 산지가격을 기준으로 할 경우 1만원에 해당하는 한우(암소)는 1.2㎏에 불과하지만 돼지고기는 한우의 3배인 3.84㎏이다.
또 닭과 오리는 1만원으로 각각 8㎏와 5㎏을 살 수 있어 1만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 단백질 양이 쇠고기의 5∼8배에 달한다.
경희대 이준엽 교수는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시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양의 단백질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구매 행태가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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