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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샤라포바 '요정의 반란'/윔블던 여자단식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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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샤라포바 '요정의 반란'/윔블던 여자단식 우승

입력
2004.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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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윌리엄스의 리턴샷이 네트에 걸리자, 샤라포바는 코트에 주저앉아 한동안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리곤 곧바로 관중석으로 달려가 아버지(유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딸을 위해 미국 이민을 강행, 웨이터 생활 등을 하며 모든 것을 희생해온 아버지였다.러시아의 ‘10대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가 마침내 세계 여자테니스 정상에 우뚝 섰다. 샤라포바는 3일 밤(한국시각)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단식 결승에서 ‘흑진주’ 세레나 윌리엄스(미국ㆍ1번 시드)를 2-0(6-1 6-4)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요정의 반란이자, 세계 테니스계에 새로운 슈퍼스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우승 상금은 102만110달러.

17세의 나이로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거머쥔 샤라포바는 로티 도드(영국ㆍ1887년ㆍ15세),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ㆍ1997년ㆍ16세)에 이어 윔블던 127년 사상 세 번째로 어린 챔피언이 됐다. 또 러시아인으로 첫 왕좌 등극이며, 윔블던이 시드배정을 시작한 1927년 이후 가장 낮은 시드권을 보유한 우승자(13번 시드)로 기록됐다.

시베리아 출신으로 4세 때 처음 라켓을 잡은 그는 7세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미국으로 건너왔다. 모스크바에서 샤라포바(당시 6세)를 우연히 본 ‘테니스계의 여걸’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의 권유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러시아 이민가정의 딸로서 어린 시절부터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고, 때때로 스스로 생활을 꾸려나가야 했던 샤라포바는 나이에 비해 정신적으로 강인하고 성숙해 있었다.

183㎝, 59㎏의 늘씬한 몸매에 모델 뺨치는 미모를 지닌 그는 지난해 윔블던 16강, 올해 프랑스오픈 8강에 진출해 언론의 조명을 한 몸에 받았지만 “오직 실력으로만 인정 받겠다”고 다짐했다. 러시아 출신의 쿠르니코바가 얼굴과 몸매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샤라포바가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진정한 테니스 요정으로 주목받는 것은 이러한 겸손 때문이다.

샤라포바는 이날 결승전에서도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세레나보다 더 침착했고, 또 과감했다. 근육질의 세레나에 비해 스트로크 파워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각도와 방향은 더 예리했다. 허를 찌르는 백핸드 스트로크, 코너에 꽂히는 포핸드, 성난 황소처럼 달려드는 세레나의 키를 넘기는 환상적인 로브 샷으로 관중들을 사로잡았다.

결정적인 승인은 세컨드 서비스. 첫번째 서비스의 성공률은 세레나(61%)와 똑같았지만, 두 번째 서비스 성공률은 60%-43%로 크게 앞섰고, 파워에서도 첫 서비스 못지않게 강력해 스트로크 싸움에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다.

샤라포바는 1세트에서 안정된 리턴 샷을 앞세워 범실이 잦은 세레나를 손쉽게 이겼다. 2세트 들어 세레나에게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내줘 2-4로 뒤졌으나 곧바로 반격, 상대의 서비스게임을 따냈고, 다시 4차례의 듀스접전 끝에 상대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 5-4로 역전시켜 승세를 굳혔다.

샤라포바는 “내 꿈이 이렇게 빨리 실현될지 몰랐다. 이제는 세계랭킹 1위를 목표로 삼겠다”고 밝힌 뒤 “혹시 이제부터 테니스 이외에 다른데 정신을 팔면 내 머리를 쥐어 박아달라”는 유머로 자신의 각오를 내비쳤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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