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급감했던 해외 건설 수주가 올해 들어 중동을 중심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발전소·석유·가스 등 대형 플랜트 사업 수주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해외 건설의 새로운 '캐시카우' (Cash Cow·현금창출원)로 급부상하고 있다.4일 건설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3% 증가한 총74건 35.7억 달러(약 4조1,000억원)로 지난 한해 수주 규모(36억6,800만달러)에 육박했다. 수주 내용은 가스처리시설, LNG플랜트, 석유화학공장, 정유공장 등 대형 플랜트 공사가 대부분이다. 해외 건설의 중심 축이 노동력 중심의 토목·건설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를 요하는 초대형 플랜트 산업분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해외건설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지역은 단연 중동이다. 세계 원유매장량의 70%, 원유생산량의 35%를 차지하는 중동의 각 국가들은 원유가 상승에 힘입어 대규모 석유 및 가스 플랜트 사업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중동에서도 현재 한국 업체들이 앞 다퉈 진출하고 있는 분야는 가스전 개발 사업. 그 중에서도 이란과 카타르가 공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가스전 사우스파스 개발을 놓고 양국의 선점 경쟁이 뜨겁다.
이란은 사우스파스 가스처리시설에만 향후 25단계까지 총 200억 달러(약 24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1∼10단계 공사 중 가장 많은 2-3단계(건설완료), 4-5단계(연말 완공 예정) 등 총 29억 달러 규모를 수주한 것을 비롯해 LG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업체들이 총 47억5,000만 달러 상당을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전세계 업체 중 유일하게 2-3단계를 공기 내에 완공해 15-16단계 추가 수주도 유력시 되고 있다. 외국의 경쟁 업체들은 섭씨 50도가 넘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현지인 1만8,000명을 고용해 초대형 플랜트 공사를 성공적으로 끝내는 한국기업의 능력에 놀라움과 부러움을 보내고 있다. 이란은 올해 사우스파스외에도 테헤란 지하철 등 총 12건 57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발주하는 등 향후 5년간 350억 달러 규모의 신규 공사를 발주할 계획이다.
이란과 가스전 개발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카타르도 세계 최대 규모의 북부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향후 5년간 에너지 산업에 총 24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이지송 사장은 "중국 국가들이 해저의 가스를 먼저 빼내기 위해 가스전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어 향후 10년간 이 사업이 호황을 이룰 전망" 이라고 말했다.
/아살루에(이란)=송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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