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남북한 연락업무를 담당해온 '판문점의 산증인'이 판문점을 떠났다.1983년부터 남북 회담과 교류협력사업의 연락 업무를 맡아온 오세웅 판문점 연락관이 1일 정년 퇴직했다고 통일부가 4일 밝혔다.
오 전 연락관은 "20년간 판문점에서 해온, 물밑에서 드러내지 않고 협의하는 숨은 조율사의 역할은 정말 소중하고 보람 있었다"며 "아직 할 일이 많아 섭섭하지만 후배들이 잘할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오 전 연락관의 첫 업무는 84년 북측의 남한수해 구호물자지원 회담. 그는 "당시 직통전화도 끊어져 있던 상황이었지만 수재구호물자 지원을 계기로 전화선이 연결되고 고향방문단 교환으로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회담으로 2002년 금강산에서 열렸던 남북철도·도로연결 실무협의회를 꼽았다. "우리가 자기들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금강산 관광선의 출항시간을 늦춰 잠시 억류 아닌 억류가 되기도 했었죠."
그는 "북쪽 친구들이 '오 선생은 남북 관계의 산증인인데, 우리들이 표창이라도 주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더라"며 "북한이 남한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남북관계를 정말 조심스럽게 잘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 연락관에게 녹조근정훈장을 수여했으며, 미군측은 판문점에서 송별회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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