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의 마라톤회의 끝에 방송위원회는 탄핵방송 전반의 공정성 여부가 “심의대상이 아니다”라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심의대상도 될 수 없었던 사안을 심의하겠다고 나섰던 방송위 내 심의위원회나 황당한 결과를 발표한 한국언론학회의 행태는 ‘희대의 코미디’였다”고 논평했다.반면 한 언론학자는 분석까지 의뢰해놓고 이제 와서 심의를 못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방송위를 비판했다. 우리나라 방송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남을 이 사안이 코미디와 웃음거리로만 간주되는 것이다.
탄핵에 관한 논쟁은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로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왜 탄핵방송에 대한 일련의 논쟁은 끝이 없는 것인가.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방송위의 이번 결정은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자 했던 절묘한 정치적 선택이었다. 언론학회 보고서에 대한 논란도 시작부터 정치적이었다. 이론적, 방법론적 논란은 파묻혀졌다.
'탄핵방송 심의' 어정쩡한 봉합
언론학회에 연구를 의뢰했던 방송위의 결정 역시 정치적 고민의 결과였다. 물론 탄핵을 발의하고 의결했던 당시의 국회도 다분히 정치적 계산과 과정을 거친 것이었다.
헌법재판소가 법률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역할을 했듯이, 방송위는 방송 정책과 현안에 대한 최종적 권위를 가져야 한다. 문제는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만약 방송위가 탄핵방송의 공정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면, 과연 시청자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그러했듯 순순히 승복하였을까.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건 많은 사람들은 그 결정이 정치적이라고 비난했을 것이다. 방송위의 인적 구성이나 행태 중 많은 부분이 정치판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한, 이 같은 종류의 비난은 사라질 수 없다. 권위는 누군가에 의해 부여되지 않는다. 스스로 정치적 범주를 벗어나고자 노력할 때 방송위 스스로 권위를 만들 수 있다.
방송사 반성·내부규율 정비 안보여
그렇다면 방송사들은 정녕 정치적 범주로부터 자유로운가. 보도에 의하면 이번 결정에 대해 방송사 간부들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무엇이 당연하다는 것인가. 지난 몇 달간 지속되어온 논쟁으로부터 어떠한 반성의 단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인가.
MBC가 자체 홈페이지에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탄핵방송이 불공정했다는 응답이 65%였다. 그래도 방송사들이 탄핵방송이 역사적 관점에서 옳았다고 믿는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자사의 방송강령이나 보도준칙을 수정할 필요성이라도 느껴야 했다.
공정한 보도의 새로운 정의를 천명하든지, 아니면 공정함을 넘어서는 ‘좋은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도 내놓아야 했다. 계속해서 정치적 논란 한 가운데 서서 입씨름만 하고 있기에는 방송의 역할이 너무 중대하다.
탄핵방송과 관련하여 보여준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의 비상식적인 보도 양태는 이 사안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를 비판하는 방송사도 정작 그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건 아닌지. 방송위원회가 스스로 권위를 찾아야 하듯, 방송사들도 스스로 겸손하고 성찰하면서 ‘정치적’이라는 손가락질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윤태진/연세대 영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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