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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대표號 100일 순항/오늘 대표직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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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대표號 100일 순항/오늘 대표직사퇴

입력
2004.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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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4일 경북 김천의 직지사를 찾았다. 직지사는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정과 위패가 봉안된 곳이다. 측근들은 "한번 가겠다고 약속했는데, 미루다 겨우 시간을 낸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19일 전당대회 재출마를 위해 5일 100여일간 맡아왔던 대표직을 사퇴하는 박 대표로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지난 3월23일 '차떼기 파동'과 '탄핵역풍'으로 난파 직전에 놓인 한나라호의 키를 떠맡을 때만 해도 그를 바라보는 당안팎의 시각은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를 보는 그것이었다. 그의 취임은 박정희 향수를 자극해 위기를 넘어보자는 응급처방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몇 차례의 폭풍우가 들이닥쳤다. 4·15총선과 6·5재보선, 대통령 탄핵 처리, 신행정수도 대처 등등. 그 고비고비에서 박 대표는 간단찮은 항해 솜씨를 보여줬다. 든든한 대중적 인기가 지원군이 됐지만 "대국민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정책대결을 지향하겠다"는 등 평범한 원칙을 되풀이하는 쉬운 정치를 선보였다. 대여투쟁에 매몰됐던 야당에서 상생과 화합, 대안제시라는 익숙치 않은 모토가 울려 나왔다.

능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것은 물론이고 그는 유력한 대권후보로도 부상했다. 한나라당도 반사이익이긴 하지만 지지율 1위를 되찾아왔다. 박 대표의 100일은 이런 면에서 꽤나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를 향한 시각에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100일이 지났건만 박 대표에겐 이렇다 할 당내 측근이 없다. 당내 지지층은 꽤 넓지만 또한 얇다. 이는 "박 대표의 색깔은 도대체 뭐냐"는 지적과도 연결된다.

박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비전이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반대파들은 "전형적인 이벤트주의에 포퓰리즘"이라며 "여당이 죽을 쑤는데도 야당에선 얌전한 행보만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최근 그는 비전 부재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통해 '선진화'를 강조했지만 당내에선 "여전히 평면적"이라며 고개를 갸웃댄다.

홍준표 의원은 "안전행보로는 기본은 하겠지만 결국 집권 가능성은 점점 멀어진다"고 비판하고 이재오 의원도 "당이 박 대표의 대중적 인기에 너무 목을 매고 있다"고 주장한다.

19일 전당대회를 통해 임시선장 직함을 떼고 명실상부한 새 선장으로 당을 이끌 게 확실시 되는 박 대표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당대회 이후엔 강도 높은 당내 개혁 드라이브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보이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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