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라크 공격을 앞두고 미국과 영국, 사우디아라비아가 3각 비밀협상을 통해 테러 용의자를 교환하는 '거래'를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미국이 지난해 5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하고 있던 사우디 출신 용의자 5명을 사우디에 넘겨주고 3개월 뒤 사우디가 구금하고 있던 영국인 5명과 다른 2명을 석방한 이 맞교환은 이라크 공격을 앞둔 상호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테러 용의자를 사우디에 넘겨주는 방안에 대해 미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법무부는 처음엔 반대했다. 일부 용의자는 너무 위험한 인물인 데다 사우디가 이들을 계속 구금할지도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우디측은 외무장관 등 고위관리들이 나서 관타나모 기지의 사우디 출신 상당수는 테러 행위와 무관하다고 주장, 사우디 출신 130명중 15명의 석방 대상 명단을 미측에 제시했다. 미국은 당시 이라크 공격을 위해 사우디의 협조가 절실했다.
이 무렵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사우디 리야드에서 서방인 대상 테러에 가담한 혐의로 사우디 당국에 체포된 영국인 5명의 처리를 놓고 국내에서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었다.
영국인 2명은 사우디 정부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블레어 총리는 비판 무마를 위해 사우디 측에 이들의 사면과 석방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이 맞물려 사우디측에 영국인 석방과 관타나모 건을 연계하는 안이 제시됐고 사우디는 처음엔 거부하다 결국 수용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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