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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목금 5+休休]<4·끝>주 5일제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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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목금 5+休休]<4·끝>주 5일제의 그늘

입력
2004.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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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에서 분식집 종업원으로 일하는 이귀순(43·여)씨는 주5일제 시행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중학생인 두 자녀는 "같은 반 친구들은 부모와 금요일마다 2∼3일씩 여행을 가거나 함께 주말을 보낼 것 같다"며 들떠 있는 표정이다. 하지만 이씨는 주말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데다 100만원 남짓한 자신의 월급으로 집안살림을 꾸려가는 형편이어서 여행은 남의 나라 일이다.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1일 정부 부처, 공기업, 대기업에서 먼저 시작된 주5일제가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 택시 기사 등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짙은 그늘이 되고 있다. 특히 일요일도 쉬기 어려운 영세기업의 경우 사장에서 말단 종업원까지 주5일제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300인 이상 기업이 내년 7월, 100인 이상이 2006년 7월 등 앞으로 4년 간 중소기업까지 주 5일제가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되지만 실제로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

현대백화점이 최근 20∼40대 1만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주 5일제 향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경제적 여건'(45%)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승택 연구위원은 "임금이 높은 계층에서 휴일도 더 많이 챙긴다면 중소기업 노동자 및 영세 자영업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게 돼 결국 사회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주5일제와는 아직 거리가 먼 저소득층이 내년부터 월 1회 토요일을 쉬게 된 자녀를 믿고 맡길만한 시설이 없는 것도 문제다. 서울 A초등학교에 다니는 김모군은 학교가 다음 학기부터 주5일제 시범학교가 돼 월 2회 쉬게 되지만 전혀 즐겁지가 않다. 부모가 모두 경기 안산에 있는 작은 공장에 나가는 형편이어서 토요일을 혼자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는 토요일 김군 같은 맞벌이부모를 둔 학생을 맡아주는 프로그램도 없다. 김군의 동생(5)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데 저렴한 곳은 만원이고 비싼 곳은 보내기가 어렵다고 김군 부모는 걱정하고 있다.

주말이면 교외로 놀러 나가는 '연휴 여행족' 때문에 택시 기사들과 도심 상인들도 엉뚱한 유탄을 맞게 됐다. 금요일 오후부터 직장인들이 교외로 빠져나가 수입이 줄어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김성희 박사는 "주5일제는 자칫 잘못하면 '돈 있는 사람들만의 축제'가 될 수 있다"며 "일자리 나누기 등 근본 취지가 제대로 실현돼 서민들에게도 주5일제가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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